최근 국내 A증권사의 영업창구에는 유독 해외주식 매매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 증권사의 해외주식 계좌 수는 지난 2017년 이후 연평균 73% 늘고 있으며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31% 증가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해외주식을 통해 분산투자에 나서려는 수요는 늘어나면서 해외주식을 사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거래수수료 인하나 환전 우대 등의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의 수요를 뒷받침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4분기 국내 투자자가 사고판 해외주식 액수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채권을 포함한 해외 증권 매매액수 역시 집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코스닥 증시가 ‘박스피’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124억6,000만달러(약 14조4,400억원)로 전년 동기 72억7,000만원(약 8조4,500억원)에 비해 71.3%나 급증했다. 지난 분기 89억달러(약 10조3,600억원)와 비교해도 40% 늘어난 수치다. 국가별로는 미국 상장주식에 대한 결제금액이 98억달러(약 11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홍콩(11억6,000만달러), 중국(4억7,000억달러), 일본(4억2,000억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 등을 통해 매매한 해외주식 액수를 뜻한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가 사고파는 해외주식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 액수를 뜻하는 외화주식 보관금액 역시 전 분기보다 3.3% 늘어난 127억2,000만달러(약 14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매매가 늘어나는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는 점을 꼽는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갇혀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는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아 해외 유망주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번 3·4분기 외화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에는 미국에 상장한 ETF 상품이 6개에 달했다. 비록 아마존 주식이 이 중 1위에 오르며 지난 분기 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으나 실제 결제금액은 3억7,000만달러(약 4,300억원)로 전 분기보다 21.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수수료 할인과 환율 우대, 온라인 최소수수료 폐지 등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올 3·4분기 475억7,000만달러(약 55조3,9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4.3% 급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3% 늘어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다만 외화채권 결제금액은 351억1,000만달러(약 40조8,800만원)로 전 분기보다 5.7%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가 증권을 가장 많이 사고판 해외 지역은 유로화 시장으로 결제금액은 총 279억4,000만달러(약 32조5,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결제액수의 58.7%에 달하는 수치며 미국·홍콩·중국·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외화채권 결제금액에서도 유로 시장이 276억달러(약 32조1,400억원)를 기록하며 전체에서 78.6%의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