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3·4분기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나쁘지 않은 점과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 지나치게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근거로 은행주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9일 우리금융지주는 3·4분기에 당기순이익 5,34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KB금융·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도 호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은 9,8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누적 기준으로는 2조8,960억원의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9,403억원, 하나금융지주는 8,360억원의 당기순이익 8,360억원을 기록했다. 네 곳 모두 컨센서스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의 주가는 웃지 못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지난 2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뒤 28일과 29일에 걸쳐 소폭 오르는 데 그쳤고 하나금융지주는 오히려 이틀에 걸쳐 하락했다. 앞서 24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 역시 3거래일에 걸쳐 하락한 상태다 .
주력 사업의 실적 악화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지주들의 3·4분기 실적 호조는 주로 비이자 부문이 이끌었다. 은행주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살펴보면 3·4분기 신한금융의 NIM은 전 분기 대비 0.04% 내린 1.99%, 하나금융의 NIM 역시 전 분기보다 0.07% 내린 1.48%에 그쳤다. 다른 은행주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다 배당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년 전만 해도 2~3%대였던 배당수익률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4~5%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은행주의 PBR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위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은 미국과 유럽의 은행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시 경영위기를 겪지 않았고 자산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주의 PBR은 매우 의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