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시론] 잔인한 가을, 추운 겨울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소주성 등 실패 정책 안바꾸고

票얻기에만 급급해 성장률 뚝

국민 깨어있어야 경제위기 막아

김태기 단국대 교수


경제가 살아나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현실은 정반대로 되고 있다. 2017년에 성장률이 3.2%였다가 불과 2년 반 사이에 1%대로 추락해 반 토막 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튼튼하고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변하나 3·4분기 성장률이 0.4%에 그치면서 무색해졌다. 2%라도 달성하려면 수출이나 내수가 기적적으로 회복해야 하지만 국내외 경제환경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은 예고된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말할 때부터 문제점을 경고했으나 철저히 무시했다. 소득 불평등을 과장해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고, 저녁 있는 삶을 만든다며 근로시간을 크게 줄이며 내수 경제 기반을 흔들었다. 혁신성장을 운운하나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연구실에 불이 꺼지게 만들었다. 공정경제라면서 기업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말만 늘어놓고 있다. 평화경제라고 북한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고 정부 스스로 헷갈리고, 일본과의 갈등을 부추겨 수출경제도 비상이 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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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대전환이 없다면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재정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나 오히려 제조업 등 민간 고용만 악화시켰고, 고용률이 역대 최고로 좋아졌다고 선전하나 실업을 은폐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2019년 2월에 실업자는 130만명, 실업률은 4.7%까지 치솟았다가 예산을 퍼부은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9월에는 3.4%로 낮아졌다. 돈이 떨어지면 끊어지는 공중전화처럼,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예산을 다 써버린 겨울이 되면 사라지기에 실업자가 다시 급증하게 될 것이다.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지는데다 재정의 약효도 사라지는 경제가 된 것이다.

나쁜 정치는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다. 정책이 실패해도 바꾸지도 못해 방치된다. 저성장·고실업에다 재정위기로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등 남미나,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의 좌파 정책으로 인한 경제 참사가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경제기구도 지난 2년 반 사이 한국 경제가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이자 소득주도 성장의 위험을 경고했다. 이들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과 함께 재정 확대를 권고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놀랍게도 개혁은 쏙 빼고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권고만 받아들이고 예산 늘리는 선전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하기 어렵다. 좌파 이념에 경도돼 있는데다 선거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실상 연합정권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 정책이고 정의당의 기반이 되는 민주노총의 요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권은 정의당이 매달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 협력하면서 공수처를 만든다고 혈안이다. 이렇게 되면 군소정당이 난립하고 지금도 제왕적 대통령인데 권한이 더 강화돼 문재인 정권의 독선은 커지고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는 더 어려워진다.

내년도 경제는 정치제도의 변화에 따라 전망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치가 당리당략보다 국민의 이익에 더 충실하면 위기를 잠재우고 성장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으나 반대로 되면 성장률은 1%대마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국회의원 의석을 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경제위기에 불을 붙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실험은 실패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괴한 정치실험까지 하면 나쁜 정책이 판치게 되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렵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추운 겨울을 넘기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가 물 건너가는 듯하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경제위기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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