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리(22·넵스), 김우정(21·케이엠제약), 이지현(21·DB손해보험), 김현지(21)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일찍 제주를 찾았다. 이들 네 선수는 31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개막에 앞서 지난 25일과 26일 대회장인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을 18홀씩 돌았다. 대회 코스를 한 번이라도 더 점검하기 위해 평소 친하고 뜻이 맞는 이들끼리 한 조를 만들어 ‘예습’에 나선 것이다. 일반 팀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공략 포인트를 확인하고 바람 적응에 신경 썼다. 김우정은 “다들 이번주 대회에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렵게 골프장을 예약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클래식에는 우승이나 주요 부문 타이틀 말고도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생존’이다. 시드(시즌 출전권) 보유자들이 모두 출전하는 시즌 마지막 ‘풀필드’ 대회이다 보니 내년 시즌 시드 유지를 위한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다음 시즌에도 정규투어에 잔류하려면 상금랭킹 60위 안에서 시즌을 마쳐야 한다. 남은 대회는 이번주 포함 2개뿐. 시즌 최종전인 다음주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에는 서울경제 클래식 종료 기준 상금 7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가까스로 최종전 출전 자격을 얻는다 해도 총상금이 8억원인 이번주 대회에 비해 시즌 상금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 더 떨어지면 안 되는 50위권 선수들은 물론 반드시 순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60·70위권 선수들에게도 이번주 대회는 물러설 곳 없는 총력전의 무대이자 운명의 나흘인 셈이다.
시즌 종료 시점에 상금 60위 안에 들지 못하면 2부에서 1부로 올라오려는 선수들과 함께 시드전을 치러야 한다. 시드전은 11월12~15일 예선, 19~22일 본선 일정으로 무안CC에서 열린다. 선수들은 시드전을 절대로 다시 가기 싫은 ‘지옥의 라운드’라고 부른다. 차가운 날씨와 매서운 바닷바람에다 1타에 생존 여부가 엇갈릴 수 있다는 피 말리는 긴장감이 살벌하다시피 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대회 코스를 미리 돌아봤던 전우리와 김우정·이지현·김현지는 각각 상금 57위·62위·67위·87위다. 이 가운데 신인 김우정은 31일 1라운드에서 버디를 8개(더블 보기 1개)나 몰아치며 예습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내친김에 6언더파 66타의 선두권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우승하면 2021시즌까지 시드 걱정이 없다. 이지현도 2언더파로 선방해 상금랭킹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김혜선(22·골든블루)도 상금 65위라 내년 시드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의 시드 보장 기한은 올 시즌으로 만료된다. 김혜선은 1오버파로 출발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