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아이 돌발행동 대처·신생아육아법…‘준비된 사랑’ 신고서

■예비부모학교

☞'좋은 엄마·아빠' 미리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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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망우로에 위치한 ‘내리 사랑 부모 코칭센터’를 찾은 예비엄마들이 율동을 하며 동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내리사랑교육연구소서울 중랑구 망우로에 위치한 ‘내리 사랑 부모 코칭센터’를 찾은 예비엄마들이 율동을 하며 동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내리사랑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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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5월, 주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윤지훈(37)·김민영(35)씨 부부는 두 달 전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3년 넘게 간절히 꿈꿔온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남편에게 작은 제안을 하나 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대신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도록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놓자는 것이었다. ‘언제쯤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를 꼭 닮은 아이가 생길까’라는 조바심을 품고 며칠 전 우연히 들른 인터넷사이트에서 한 민간연구소가 운영하는 예비부모학교에 시선이 꽂힌 터였다.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짜증을 내고 다투는 일도 잦았는데,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예비부모’로서 출산 전까지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곧장 수강신청을 한 김씨는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수업을 듣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제 5개월 정도 있으면 아이가 태어나는데 한 달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녀서인지 마음이 든든하다”는 김씨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안고 하나뿐인 자식에게 사랑을 쏟고 싶은 생각”이라며 웃어 보였다.

일대일 맞춤형 솔루션·아빠 임산부 체험하기…


민간硏·지자체 등 이론·실습 겸한 프로그램 풍성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신부들을 위한 부부학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리는 젊은 부부를 겨냥한 부모학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연구소 등이 신혼부부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으면서 예비부모교실이 ‘준비된 아빠·엄마’를 꿈꾸는 이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인기 유튜버이자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육아메이트’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오연경 전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외래교수가 이끄는 내리사랑교육연구소는 올해 5월 ‘내리사랑 부모 코칭센터’를 개소했다.

내리사랑 부모 코칭센터의 콘텐츠는 크게 상담 프로그램과 강좌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부모들이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맞춤형 진단과 솔루션을 1회 33만원에 제공한다. 강좌 콘텐츠는 ‘러브 마스터 과정’과 ‘훈육 마스터 과정’으로 다시 구분된다. 두 과정은 모두 주 1회씩 월 4회로 이뤄지며 비용은 러브 마스터 15만원, 훈육 마스터 12만원이다. 이들 수업을 신청한 부모들은 양질의 육아서적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돌발행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4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박모(32)씨는 “양육과 훈육이란 부모가 가슴에 품은 ‘가치’를 전하는 것이라는 강사의 말이 특히 와 닿았다”며 “기대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마지못해 함께 수업을 들었던 남편도 크게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센터의 오경선 코칭매니저는 “일대일 상담은 한 달 최대 20명, 강좌 프로그램은 15명으로 정원을 맞춰 운영하는데 매번 수강생들이 꽉 찬다”며 “예비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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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올해 7월 ‘예비부모학교’라는 간판을 내걸고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육아의 신(神)’ 강좌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부모들은 이틀에 걸쳐 이론과 실습을 곁들인 신생아육아법, 화사한 꽃과 함께하는 플라워 태교, 아빠의 임산부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지난해 강북구와 손잡고 ‘부모성장교실’을 열었다. 내 사랑 부모 코칭센터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들을 위한 이 프로그램은 강좌마다 60~80명의 정원이 금세 채워지며 성황을 이뤘다.

가천대 세살마을연구원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서울의 23개 자치구와 경기·인천의 11개 지역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후원을 받는 이 연구원은 아이의 뇌 발달 과정 소개와 편지 쓰기 등의 콘텐츠로 수업을 구성했다. 이들 민간연구소나 지자체 외에 각 지역의 교회·성당 등 종교시설도 예비부모학교를 속속 신설해 젊은 신도들에게 알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비부모학교들이 인기를 끄는 배경을 전문가들은 30~40대가 보편적으로 지닌 세대별 특징과 연관 지어 해석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어릴 때부터 교과목은 물론 예체능 분야까지 사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자라온 30~40대는 ‘배움’에 익숙한 세대”라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예비결혼학교·예비부모학교의 성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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