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탐사S] ICT 다음 타깃은 바이오…中 NPE 韓기업 경계대상 1호

■미래산업 중심 공격 분야 확대

"이겨봐야 본전" 기업들 냉가슴

“집요한 공격 막아낼 대책 없어”

이미지 깎일까 피소마저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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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관리회사(NPE·Non Practicing Entity)의 특허소송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본지가 지난 8년간(2012년~2019년 6월) 주요 NPE 43개의 특허소송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특허괴물들이 국내 기업들을 공격하는 방식은 일정 패턴을 갖추고 있었다. 자회사를 페이퍼컴퍼니로 만들어 일단 소송을 제기한 다음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로열티를 받고 합의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보유한 특허를 다 소진하면 신규 특허를 사들여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도 발견됐다.


특허괴물들의 주요 타깃은 대기업들이었다. 뜯어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중견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도 빈번하지만 특허소송의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에 몰려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특허소송의 당사자가 대부분 삼성·LG전자였던 이유다.

올해 들어 발생한 NPE 소송을 살펴보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특허괴물의 이름도 다수 등장한다. 특허괴물의 세대교체인 셈이다. 43개 NPE 가운데 국내 기업을 상대로 가장 많은 소송을 제기한 아카시아리서치그룹의 경우 지난 2015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이다가 2017년 이후 활동이 뜸해졌다. 반면 유니록은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아이피에지의 경우는 오랜 기간 꾸준히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의 경계 대상 1호는 단연 유니록이다. 유니록은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놓고 수익을 올리는 특허괴물이다. LG전자는 2017년 한 해에만 8건을 제소당했다. 4월에는 삼성전자의 신제품인 ‘갤럭시 폴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유니록은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시리즈가 자사가 보유한 ‘안드로이드 빔 수신’에 대한 특허권과 무선 네트워크통신에 대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도 유니록의 발톱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특허괴물의 특징은 걸릴 때까지 계속 건다는 것이다. 일단 소송을 제기해놓고 기업들의 반응을 떠본다. 기업들이 맞서면 또 다른 소송으로 공격하면서 진을 뺀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척 피곤한 일이다. 특허소송은 소송이라는 특성상 외부에 알리기도 어렵다.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특허소송 피소 사실을 쉬쉬하며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 피소 사실이 알려져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 설사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어간다. 특허괴물과 싸워서 이겨봐야 본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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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을 상대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특허소송에서 특허권을 무력화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제조사와 소송을 하는 경우 보유한 특허권을 활용해 반소를 제기하거나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특허괴물을 상대로는 이런 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중 절반(46%·132건)이 특허괴물에 의해 진행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특허괴물을 상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허소송은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집중돼 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관련 특허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통신 분야는 물론 디자인 의장등록권 등 수백개의 특허가 포함돼 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관련 특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허괴물의 소송 건수는 줄어들며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은 늘고 있다. 특히 중국 특허괴물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과거에는 주로 미국 특허괴물들이 소송을 걸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특허괴물들이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NPE의 소송은 특허 라이선싱 체결을 통한 수익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대기업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소송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도 소송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허괴물의 공격 분야도 조만간 ICT 분야에서 바이오 분야로 바뀔 공산이 커졌다. 미국 특허분석 및 특허거래 전문기업 AST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지식재산 거래 시장에서는 287건의 신규 특허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 1·4분기와 비교할 때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분기당 300건 안팎의 신규 특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특허 거래가 이뤄졌던 소프트웨어 분야를 제치고 건강 및 의약 부문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3위로 떨어졌다. IBM이 1,175건의 자산을 퓨어스토리지에 매각한 것이 눈에 띈다. NPE의 소송도 1·4분기 15건에서 76건으로 다시 껑충 뛰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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