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빠지고 中·印도 이행 미지수...온실가스 감축 고삐 풀리나

[美, 결국 파리기후협약 탈퇴]

트럼프 '화석연료 산업' 중시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또 완화

대선겨냥 보수표심 다지기도 노려

中 "파리협약 불가역성" 불구

美 이탈로 유럽과 공조 금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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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며 “미국은 파리협약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협약에 서명한 지 9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셈이다.

파리협약 탈퇴 선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년 5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파리협약 체결 당시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3년간 탈퇴를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3년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협약 탈퇴 절차에 돌입했다. 예고된 수순이지만 미국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실망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앤드루 스티어 미 세계자원연구소 회장은 “파리협약을 포기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잔인한 일”이라며 “세계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파리협약 탈퇴 강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뿌리 깊은 온난화 불신에 산업을 중시하는 평소 생각이 겹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구온난화를 “미국 산업을 위축시키기 위해 중국이 날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과 무역전쟁까지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파리협약 탈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유세 때도 에너지 독립을 이루려면 원유와 석탄 사업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파리협약을 탈퇴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최근 더 강해졌다. 올 9월에는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권한을 취소한 데 이어 이날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수를 방류하기 전 수은과 비소 같은 중금속과 석탄재를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완화했다. 굴뚝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민주당 의원과 대선 후보, 환경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보수층에서는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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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시선은 미국의 탈퇴로 온실가스 배출 1·3위인 중국과 인도의 행보에 쏠린다. 성장률 유지에 힘을 쏟고 있는 이들 두 온실가스 다량 배출 국가가 향후 국제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감축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이슈에서 최대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이들 두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인 유럽 선진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부담이 겹치면 제2·제3의 이탈국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파리협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6일 중국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파리협약의 불가역성이라는 표현이 담긴 기후협약에 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최근 “파리협약을 이행해 저탄소·녹색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65%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상태다. 협정상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며 배출량 감축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들은 미국이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당 부분 감축에 동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상당량의 감축을 약속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

지난 3일 인도 뉴델리를 습격한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로 도시를 대표하는 전승기념물 인디아게이트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져 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인도·중국 등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미온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지난 3일 인도 뉴델리를 습격한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로 도시를 대표하는 전승기념물 인디아게이트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져 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인도·중국 등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미온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


며 “지금까지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는 데 반대해왔다”고 지적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약점 공략에 나선 민주당 측 대선 후보들은 파리협약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극적으로 파리협약 탈퇴가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탈퇴가 최종 처리되는 시점이 내년 미 대선(11월3일) 다음날이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를 부정하고 파리협약을 탈퇴해 과도한 고립주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복귀가 쉽지는 않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NYT는 “파리협약은 민주당이 가입한 기후협약을 공화당이 탈퇴하는 두 번째 사례”라며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재가입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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