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속이 쓰려 약국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잔탁 등 이미 약국에서 사라졌어야 할 라니티딘 계열 위장약들이 가판대 뒤편 별도 상자 안에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약사는 제약사 및 유통업체의 회수를 기다리느라 분리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약국,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라니티딘 제제 회수 기한인 30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국내 제약사가 회수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지난 5일까지 기한 연장신청을 받았는데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은 발암우려 물질인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되면서 지난 9월 26일 식약처가 판매 및 처방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NDMA는 2급 발암 물질로 30일 이내 회수를 완료해야 하지만 진행이 더딘 것이다. 2급 발암물질은 동물에서는 발암성이 확실하게 확인됐지만 인간에서는 아직 완전하게 입증되지 않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발사르탄 사건 때도 30일 내 회수가 완료되지 못하고 제약사들이 3번 정도 연장신청을 했다”면서 “더 많은 제품을 회수하기 위해 기한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제품 회수가 늦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제약사와 유통업체 간 비용 정산 문제를 꼽는다. 제약사에서 약품을 구매해 약국이나 병원 등에 보급하는 유통업체가 현재 라니티딘 회수를 위한 별도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 일부 제약사가 이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는 자체 인력망을 활용해 라니티딘 회수를 대행해 주고 있는 만큼 비용 청구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뿐 아니라 국내 라니티딘 의약품이 269개에 달하는 만큼 일부 제품이 누락 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잔탁과 같이 유명한 약은 당연히 회수 대상이지만 자주 쓰지 않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약이 약국에서 일부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폐업 등으로 인해 약품이 유실됐을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방약의 경우 약사들이 이용하는 의약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에서 경고창이 떠 처방 가능성이 없지만 일반 약품의 경우 약사의 실수로 판매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다”면서 “생각보다 약국에 남아있는 라니티딘 약이 많으니 약사 및 소비자들이 판매금지 약품을 제대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