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중남미 '모랄레스發 위기감'…反정부시위 차단에 안간힘

멕시코 "모랄레스 사퇴는 쿠데타"

시위 정당성 비판, 좌파 결집 포석

브라질·칠레도 사태 확산 경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부정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중남미 정가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불명예 사퇴가 가뜩이나 거세지고 있는 중남미 각국의 반정부 시위의 불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좌파 모랄레스 대통령은 14년 만에 대통령직을 내놓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며 3주째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하며 야권의 의혹 제기를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했지만, 미주기구(OAS)가 선거부정을 시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결국 새 대선을 치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군과 경찰마저 퇴진을 압박하자 모랄레스 대통령은 더 버티지 못하고 사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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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부정 논란에 사의를 표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AP연합뉴스대선 부정 논란에 사의를 표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AP연합뉴스


사퇴 발표 직후 베네수엘라·쿠바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모랄레스의 사퇴가 ‘쿠데타’의 결과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좌파 정권이 들어선 멕시코도 볼리비아에서 진행되는 ‘군사작전’을 비난하며 모랄레스 대통령이 원할 경우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남미 좌파 정부 간 결집력을 높이고 반정부 시위가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비난에 동참한 베네수엘라에서는 대선조작 의혹으로 대통령 불복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 등 우파 정권 역시 수위는 다르지만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모랄레스 대통령 사퇴 직후 OAS의 감시 아래 볼리비아에서 신속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며 OAS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브라질은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로부터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지만,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반정부 시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 요금 인상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칠레는 외교부 성명에서 볼리비아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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