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금융산업 발전, 글로벌 인재 확보가 핵심…10년내 깜짝 놀랄 M&A 가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韓 금융수준 日과 차이 없지만 짧은 행장 임기 등 개선 필요

전업주의·은산분리·포지티브 규제 등 산업 막아온 틀 깨야

'공채 형식' 순혈주의 벗어나 기업처럼 필요한 두뇌 수혈을

인재육성·리스크 관리 더 강화 땐 선진 금융사 인수 할수도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하 전 회장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CEO들이 나서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잠재성장률 제고를 강조했는데 금융산업이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올리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도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하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현직에서 떠나 있지만, 그래서 더 냉철한 시각으로 금융산업의 현실을 얘기할 수 있다. 14년의 은행장 생활을 포함해 17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낸 하 전 회장은 우리 금융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다. 하 전 회장은 “금융회사들이 규모가 작은 해외 금융사들을 인수하다 보면 10년 안에 깜짝 놀랄 만한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금융 CEO들이 해외에 나가 글로벌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인재 양성이 금융의 글로벌화를 위한 핵심”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아울러 “진정한 금융 발전을 위해 전업주의와 은산분리, 포지티브 규제 등 산업을 가로막아온 틀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 전 회장을 지난 8일 만나 금융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은행연합회장에서 물러나신 지 2년이 흘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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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일 때는 금융시장 안에서 직접 체험했다면 지금은 언론이나 자료 등을 보며 많은 정보를 접하고 객관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요즘은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관심이 많다.

-냉정하게 우리 금융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한국 금융은 몇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발전해왔다. 5년 전에는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우간다보다 낮다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말이 안되는 얘기였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게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으니 스위스에 연구원을 보내 개선을 요구해달라고 했다. 이후 WEF가 방법을 바꿨고 2년 전부터 평가가 달라졌다. 정당하게 평가하면 일본과 차이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지배구조 등은 여전히 문제가 노출되는데.

△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역량을 올리고,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은행과 금융지주의 거버넌스가 취약하다. 회장과 행장·사외이사 임기를 보면 수준을 잘 말해준다. 회장은 3+3년인데 행장은 2+1년 또는 1+1이고, 사외이사도 2+1년이다. 회장을 선출하는 사람(이사회)이 선출 받는 사람보다 짧아서야 되겠나. 이사회 독립성이나 견제 기능을 떨어뜨린다. 회장보다 행장 임기를 짧게 하는 것도 지속 경영과 승계 준비에 도움이 안되고 단기 실적주의로 내몬다. 외국에서는 3년 임기 이런 것 없다. 잘하면 계속하고 못하면 언제든 물러나게 한다. 임기는 기본적으로 오래 해야 한다. 금융도 사이클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를 다 해봐야 경험이 축적된다. 행장이 2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금융 발전이 더딘 이유가 관치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어느 나라나 금융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필요하다. 그래서 규제 산업이라고 한다. 어떻게 감독하고 규제하느냐가 중요하다.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다만 관의 편익을 위해 치하는 관치는 하급이다. 소비자를 위해 치하는 것은 올바른 관치지만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스템을 통해 치하는 것이 최상의 관치다. 거시건전성 규제와 감독을 철저히 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타파할 필요가 있다. 금융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전업주의나 은산분리, 포지티브 규제 등 산업을 막아온 큰 틀을 바꿀 때가 됐다. 눈에 보이는 규제는 나아지는데 보이지 않는 규제가 많다. 규제개혁의 일보전진 이보후퇴를 막기 위해 법이나 정부 규제 등에 실명제를 하는 게 어떤가. 금융사도 변해야 한다. 당국에 ‘기준을 정해달라. 경쟁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관치에 길들어 안주해왔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식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소비자금융은 많이 발전했지만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은 부족하다. 창업금융·벤처캐피털·국제금융·IB 등이 활기를 찾고 있지만 미진하다. 은행의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미국에 비하면 낮다. 이자수익 의존이 90%이고 해외 수익은 10%에 불과하다. 자산관리, 외환 파생상품의 강화와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수수료 수입 비중이 큰 분야를 키워야 지주사 전체에서 비이자 수익 비중을 올릴 수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IB 역량은 어떻게 올릴 수 있나.

△오랜 숙제다. 한국 IB들의 몸집이 많이 커졌으니 이제 질적 발전이 필요하다. IB의 핵심은 기관투자가의 성장에 있다.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다양한 투자기회와 상품에 한계가 있다. IB가 소비자·기업금융보다는 글로벌한 영역 아닌가. 해외 시장에 참여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사의 글로벌 진출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아직 동남아에 머물러 있는데.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졌다. 잘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다. 경험이 필요하다. 동남아 등에 우선 진출해 경영하면서 글로벌 인재를 키운 뒤, 그 힘을 갖고 선진국에서 역량을 집중하면 된다.

-우리나라에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한가.

△전 세계를 상대로 30~40%를 점유하는, 그런 의미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는 불가능하다. 수출로 먹고사는 삼성이나 현대차와는 다른 비즈니스다. 금융은 해외에서도 규제 산업이다. 홍콩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어느 정부든 외국 금융사의 점유 수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한 금융사가 특정 국가에서 20% 이상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금융사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한국판 골드만삭스 같은 것이 가능하냐는 건데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걸리고 많은 변화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런던이든 뉴욕이든 현지 플레이어와 같이 투자하고 개발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도 우리 투자자 기반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보험사, 이들이 커지면 자연히 발전한다. 일본의 금융사 발전이 더딘 것은 특유의 제조업 문화 때문이다. 우린 훨씬 진취적이어서 일본보다 글로벌화의 체질에 맞을 수 있다. 일본계 은행은 해외 수익이 30%인데 우린 10%다. 지금은 일본이 더 글로벌하지만 잠재력은 우리가 더 크다.

-현시점에서 선진국 금융사 인수가 가능한가.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큰 글로벌 조직을 인수한다 해도 경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고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동남아 등에서 규모가 적은 것을 중심으로 연습게임이 더 필요하다. 인재육성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등을 더 갖춰야 한다. (이런 것이 전제되면 5~10년 내 깜짝 놀랄 M&A도 가능할까.) 5년은 빨라도 10년 내는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사 전체는 힘들지만 아시아 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도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금융사가 분명 나올 수 있다.

-인재 양성을 계속 강조하셨는데.

△글로벌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지금처럼 벽돌 찍어내는 듯한 공채 형식으로는 인재 확보가 어렵다. 순혈주의 때문에 글로벌 인재개발이 더디다.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수혈해 그들로 하여금 키우고 개발하도록 바꿔야 한다. 글로벌 금융센터에 가면 인재들이 많이 있다. 대기업들은 회장이 실리콘밸리에 가서 직접 채용한다. 현대차는 경쟁사 수석 디자이너도 채용하지 않나. 삼성전자처럼 CEO들이 해외 인재 풀을 만들어 기업설명회(IR) 나갈 때 만나보고 데려와야 한다.

-문화나 법적 규제도 글로벌화를 막는 요인이 아닌가.

△증권사는 열린 마음으로 빨리 진행하는데 은행이 더디다. 외부 인력이 와서 해낼 수 있는 보상체계와 조직문화가 부족하다. 중국이 홍콩 이후를 고민하는데 마카오나 선전을 대체재로 하려 해도 법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자의적 지배문제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한다. 외국 플레이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은행 간 M&A가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나중에 해외에서 외국 경쟁사와 덩치 싸움을 해야 할 때는 모르지만 지금은 회의적이다. 은행 외의 M&A는 더 필요하다. 미국 금융사는 40%가 비이자 수익이다. 보험·자산운용·증권 부문이 커지지 않으면 비이자 수익 40%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많아지면 은행이 이들과 합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데.

△큰 그림에서 보면 은행은 소매상이고 국내 증권사는 중간 도매상, 자산운용사는 원재료를 가져와 병에 담는 보틀링(bottling)회사, 글로벌 IB는 DLS의 원 제조사이다. 제조사는 최종 소비자가 개인이면 이런 고위험 상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상품 구조나 위험의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증권사는 소매상에 넘기지 않아야 한다. 물론 은행은 상품을 팔 때 위험을 설명하고 감당할 고객에게만 팔아야 했다. 대책을 마련할 때 제조에서 최종 판매과정의 전 사이클을 보고 하면 좋을 것 같다. 투자자도 국채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은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은행은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

-두 차례 글로벌 위기가 있었는데 위기가 또 올 것으로 보는가.

△금융은 실물을 반영한다. 선진국 경제의 취약성이 상존하는데 국제금융시장이 안전하다 할 수 없다. 낮은 금리가 지속되고 유동성이 계속 넘친다면 실물경제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위험하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 위기의 씨가 잉태된다. 주요국 경제가 좋아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유동성을 축소하면 2013년과 2018년 긴축 발작처럼 시장에서 금리 상승의 발작 증세가 나타난다. 신용등급이 낮은데 국가 부채가 높거나 기업이 급격하게 부채를 늘리는 나라에서 위기는 터진다. 경계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53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노스웨스턴 켈로그 스쿨에서 MBA를 마치고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30년 동안 투자금융·기업금융·소비자금융 대표를 지냈다. 2001년에는 한미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4년 씨티은행과 합병을 성사시키고 11년간 한국씨티은행 행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3년간 은행연합회장으로 재직했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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