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우리 소리 창(唱)으로 표현한 '패왕별희'…"통했다"

국립창극단, 창극 패왕별희 공연

'한국 창극'과 '중국 경극'의 만남

중국 소재에 한국적인 색깔 입혀

영상, 음향, 분장까지 오감 만족

항우와 우희 이별에서 관객 환호

창극 ‘패왕별희’ 중 항우가 연인 우희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창극 ‘패왕별희’ 중 항우가 연인 우희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면./사진제공=국립극장



“두렵구나. 이번에 가면 너와 영원히 이별할까.”(항우)

“이번 생에 연이 끝난다면 내생에 다시 연이 닿아서 백년해로 합시다.”(우희)

초나라의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에 패하기 전 연인 우희와 이별을 앞두고 나누는 대사의 일부분이다. 우희는 초패왕과의 이별의 슬픔을 검무로 노래하고, 항우는 둘만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런 우희를 온몸으로 달래어 본다. 이별의 슬픔은 파르르 떨리는 항우와 우희의 손끝을 통해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야금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슬픈 감정은 최고조에 달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초패왕 항우와 연인 우희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대표 경극 ‘패왕별희’가 한국의 창극을 만났다. 지난 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창극단의 ‘패왕별희’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유명 경극의 스토리를 우리 식으로 완벽히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상, 화장, 소품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본연의 경극 요소를 살렸다면 대사, 음악 등 귀로 들리는 부분은 우리의 창극을 기반으로 한다. 원작 ‘패왕별희’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경극보다는 오히려 창극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만큼 경극과 창극이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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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1장 ‘오강의 노래’와 2장 ‘홍문연’은 초한전쟁의 서막을 알린다. 한나라 장수 번쾌가 항우를 찾아와 고하는 장문의 대사는 다소 무겁게 시작된 장내 분위기를 전환하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4장 ‘십면매복(十面埋伏)’과 5장 ‘사면초가(四面楚歌)’에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십만 대군의 전투 장면을 스크린과 음악, 조명 효과를 극대화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초패왕 항우와 연인 우희의 사랑을 표현한 6장 ‘패왕별희’다. 우희 역을 소화한 여장남자 김준수의 매혹적인 몸짓과 섬세한 표정, 굵은 목소리와 딱 벌어진 어깨로 장수의 기개를 보여주는 항우 역 정보권의 연기가 압권이다. 한나라 유방에게 패해 달아나다 포위된 항우의 죽음을 다룬 마지막 7장 ‘오강에서 자결하다’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극중 항우의 할머니인 ‘맹인노파’ 역을 맡은 김금미의 구성진 판소리와 야경꾼들의 걸출한 사투리 대화,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복장과 화장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극본과 안무를 맡은 대만의 예술감독 린슈웨이는 “전반적인 의상, 스타일, 무대, 조명, 영상, 음향이 한국과 대만, 홍콩을 통틀어 최고 만을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경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대만의 우싱궈가 연출을, 천재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과 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공연은 1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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