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신라젠 쇼크’ 등 올 한해 우여곡절 많던 K바이오에게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메지온의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데나필의 임상 3상이 성공했을 경우 미국에서 출시되는 최초의 한국산 희귀의약품으로 등극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올 한해 동안 시도했던 바이오벤처의 임상 3상이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는 셈인 만큼 독자 임상 3상 진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메지온은 오는 1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국 심장학회(AHA)에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좌심실과 우심실 중 단 하나만 존재하는 선천성심장질환 치료제인 유데나필은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을 한 단심실환자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단심실 환자는 보통 20세 이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의 성분명이기도 한 유데나필은 지난 5월 임상 3상을 끝냈다.
유데나필은 지난 2016년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럴 경우 품목허가에 성공하면 다음 의약품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우선심사(PRV)’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RV를 획득하면 허가 심의기간이 기존 10개월에서 6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게다가 PRV는 1억달러가 넘는 비용에 거래도 가능하다. 신속허가가 필요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가 획득한 PRV를 고가에 사들이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 시험에 성공해 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한다면, PRV 혜택은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메지온의 시가총액도 급등했다. 올해 9월 초 8,000억원 선이던 시가총액이 두달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14일 종가 기준으로 2조원에 근접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8위에 자리했다.
다만 앞선 전례들과 비교해봤을 때 메지온의 성공을 낙관하기만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신라젠의 ‘펙사벡’,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 역시 올 초까지 큰 기대를 받았던 신약후보물질이었고 주가도 이에 따라 급등했지만, 시장의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를 냈던 만큼 ‘유데나필’ 임상 3상 결과 역시 FDA의 품목허가를 이끌어낼 때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설령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유의미한 매출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데나필은 희귀의약품으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높은 약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의료보험 없이 약을 처방받기는 매우 힘들다. 미국 의료시장은 각 보험사가 의료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보험사는 다시 각각의 질환에 세분화된 의약품을 지정한다. 리베이트가 합법인 만큼, 보험사들은 ‘유데나필’이 심장환자에게 경쟁약보다 확실하게 임상적인 우위가 있지 않는 이상 훨씬 큰 금액의 리베이트를 진행할 글로벌제약사의 경쟁 의약품을 지정해버리면 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데나필의 임상 3상 시험이 성공하고, 품목허가까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지나친 기대감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