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부터 (포털사이트에서) 패션카페를 운영했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쇼핑몰에서 의류 사입(물건을 팔기 위해 사는 일)과 모델일을 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 팔고 싶었습니다.”
우서휘(27) 어널로이드 대표는 1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매장에서 본지를 만나 4년 전 어널로이드 창업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본의 콘비니, 중국의 스트릿넘버원 등 해외 온라인 편집숍에서도 판매가 이뤄지는 어널로이드 제품의 인기 비결은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우 대표의 담담한 말투가 어울리는 어널로이드(Unalloyed)의 뜻은 ‘순수한’이다. 우 대표는 “어널로이드는 특별한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는다”며 “색에 신경을 쓰면서 저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느 계절이나, 남녀 구분 없이 선호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자는 게 우 대표의 철학이다. 하지만 ‘조용한 제품’은 입소문을 타고 방탄소년단, 엑소 등 유명 아이돌이 착용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서초구 한 건물 3개층에 매장, 창고를 두고 6명의 직원과 일한다. 창업하기 전 온라인 카페, 쇼핑몰 모델, 패션 블로그 운영을 통해 10~20대의 취향과 이들이 실제로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잘 아는 게 우 대표의 강점이다. 본인도 주 고객과 같이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 대표는 제품에 ‘10~20대 스토리’를 입히기로 했다. 이 계절에 이 제품을 입는 사람의 삶은 이렇다는 식이다. 이런 상상은 사진뿐만아니라 영상, 공간(어널로이드룸)으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우 대표가 반드시 챙기는 것은 제품 후기다. 우 대표는 “제품에 대한 고객 후기를 거의 챙겨본다”며 “좋지 못한 평가를 볼 때는 상처도 받지만, 솔직한 평가가 제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더 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가 열번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됐지만, 온라인 패션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우 대표도 “많은 업체들이 힘들어 한다”며 “우후죽순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폐업한 곳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대표는 “늘 일이 재미있다”며 제품 전량을 자체 제작하고 원단 염색도 직접하는 일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목표로 한 연 매출 30억원 달성도 무난한 것으로 예상했다. 우 대표는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절 부러워하기도 한다”며 “도전하고 나에게 찾아온 실패를 극복하면,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