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성 8차사건 윤씨 재심청구에 경찰 '백기' 들고 법원도 재심 속도낼 듯

경찰 15일 "이춘재가 8차사건 범인"

검·경 윤씨 재심청구에 항고 안할듯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8차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잠정 결론 내리면서 20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윤모(52)씨의 재심 청구를 법원이 속도감 있게 받아들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김신혜씨 친부 살인사건 등이 재심 개시까지 3년 정도를 끌었던 것과 달리 진범이 존재하고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이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이춘재를 지목한 게 법원이 재심을 서둘러 개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려면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 및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가 드러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윤씨 역시 이 두 가지 사유를 들어 재심을 청구했다.


경찰 안팎에선 이제 70세가 넘은 당시 수사관들이 공소시효도 끝난 마당에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지난 15일 경찰이 8차사건과 관련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 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대한 이춘재의 진술 내용이 현장 상황과 일치한다는 점을 토대로 8차 사건 진범을 이춘재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앞으로 법원 재심 절차에 다툼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고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서둘러 재심을 개시하고 경찰이 잘못을 인정한 만큼 윤씨의 무죄가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관련기사





그동안의 주요 살인사건 재심은 청구가 이뤄지고 개시되기까진 수년의 시간이 걸려왔다.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고하면서 재심 개시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2000년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몰린 최모(35)씨는 징역 10년형을 만기복역하고 2013년 3월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지만 검찰의 항고를 이기고 거의 3년 만에 2015년 12월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최씨는 2016년 11월 무죄를 받았다. 2000년 김신혜 친부 살해 사건도 김신혜씨는 대한변호협회의 도움으로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검찰의 항고 후 3년8개월만인 지난해 9월 재심이 개시돼 현재 재판을 다시 받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본인이 살해했다고 털어놓은 사람이 있고, 경찰도 진범이 따로 있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법원이 재심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라며 “검찰도 당시 수사에 별다른 관여를 안 했고, 오히려 항고하면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게 되기 때문에 항고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경찰 조직 차원에서 인정하고 사과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 갈등을 빚고 있는 경찰로서는 이번 8차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재조사와 과거 반성만이 그나마 국민 신뢰를 더 이상 잃지 않을 방안이기 때문이다.

비록 30년 전의 일이지만 이번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은 지금 과거에 잘못한 것을 스스로 들춰내고 인정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이라며 “수사권 조정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달라졌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분석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라면 당시 수사관들은 몰라도 경찰청장 차원에서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혹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윤씨의 재심은 더욱 유리해진다.

손구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