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021~2024년 기존 특성화고 10곳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문 학교로 전환하기로 했다. 변화하는 산업현장에 맞춰 4차 산업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인데 특성화고의 고질적 문제인 취업 전략은 부족해 간판 바꿔 달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기능인을 양성해 특성화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교육청은 2021~2024년 AI·빅데이터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특성화고 10개 학교를 전환 개교할 예정이다. 2021년 처음 전환 개교할 2개 학교는 내년 4월 중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공모 선정하고 하드웨어 구축비용을 3억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교육청은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 모든 특성화고 교육과정에 AI 관련 과목을 필수 편성하게 된다. 조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은 특성화고에 커다란 위기이자 도약의 계기”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교육을 활성화해 전문성을 갖춘 기술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특성화고와 관련한 교육청의 청사진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선 AI·빅데이터 등으로 특성화고 교육의 중심축을 바꾸는 것이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54%인 38개교가 올해 신입생 모집 때 지원자가 모집정원에 미달하는 사태를 겪었다. 2000년대 초반 80%에 달하던 취업률이 지난해 54.7%, 올해 37%까지 급락하면서 인기도 떨어진 것이다. 신승인 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장은 “취업처 발굴을 핵심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장 성과를 내기는 힘들지만 기존 뿌리산업과 AI·빅데이터 등을 연계하면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AI·빅데이터를 배운 학생들이 같은 학문을 대학 교육으로 받은 학생들과 경쟁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특성화고는 일반고와 달리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계속 교육’이 아니라 당장 취업을 목표로 하는 ‘종국 교육’이다. 산업 고도화로 자동차·반도체 등 기존 산업에서도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직이 어려운데 AI·빅데이터 산업의 구직 진입 장벽은 더 높을 수 있다.
AI·빅데이터 학교로 전환 개교해도 간판 바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특성화고 8곳은 교명 변경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단국공업고가 단국대학부속소프트웨어고로 바뀌는 등 ‘상업·공업’ 같은 기술 용어를 빼고 ‘의료·예술·소프트웨어’를 새로 넣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용어도 학교를 설명하는 미사여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기술인력은 다양하다”며 “고급수준의 개발자도 필요하지만 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실무자는 특성화고 졸업생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