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금

"日 '잃어버린 20년'은 근로단축 때문...노사합의 일한다는데 왜 법으로 막나"

[경제원로 2인의 정책 고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침체국면서 근로단축 나선 韓, 30년전 日과 판박이

文정부 200년 전통 경제학 원론과 싸우는 정책 펴

자사고는 없앨게 아니라 저소득층에도 혜택 넓혀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로 시작됐지만, 장기 침체로 이어진 것은 당시 추진됐던 근로시간 단축 정책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그때 일본 정부가 폈던 정책보다 더 강해요. 근로시간 단축을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원로 경제학자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22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서울 중구 라이온스빌딩에서 주최한 조찬 세미나 강연자로 나와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정부가 200년 전통이 있는 경제학 원론과 싸우는 정책을 자꾸 강행한다”며 “세금으로 국민 주머니를 채우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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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주52시간제…法이 일할 권리 막아



정 전 총장은 최근 동료 경제학자들과 함께 ‘한국경제, 혼돈의 성찰’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이날 강연 주제도 책 제목과 같았다. 그는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정권을 거듭할 때마다 지속 하락하는 현상을 짚으며 작심한 듯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간 2%가 버거울 정도까지 성장률이 뚝 떨어진 배경으로 주 52시간제를 필두로 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지목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일본이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선 동기는 당연히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침체가 20~30년 이어진 결정적 원인으로는 다름 아닌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지목했다. 실제로 200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가 하야시 후미오 도쿄대 교수와 쓴 ‘잃어버린 일본의 1990년대’라는 논문은 정 전 총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불황 초입 국면인 1988~1993년 일본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정책을 폈는데, 이것이 장기 침체의 핵심 원인이라는 게 논문의 요지다.

정 전 총장은 “노사가 합의해 일하겠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 투입량이 줄어드는데,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경제성장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진입 국면에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펴는 한국의 상황이 30년 전 일본과 판박이라고 본 것이다.

세금 쏟는 소주성, 지속 어려워



정 전 총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도 비판을 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올 3·4분기에 하위 20%(1분위) 가구 소득이 이전소득 증가 덕에 늘었다는 통계가 나오자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용어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7개월 만에 등장한 것이다.

정 전 총장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면서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면서 국민소득을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세금을 풀어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이 (늘었다고) 말하는 저소득층 소득은 대부분 이전소득에서 온다”며 “국민 세금을 거둬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일 뿐, 전체적으로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이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지극히 반(反)시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경제학이 200년 전통이 있는 학문인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정부가 경제학원론과 싸우는 정책을 자꾸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경제 원리에 반하는 작위적 정책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획일적 평등주의 정책의 역설’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양극화를 개선하기 위해 펴는 평등주의 정책이 되레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계층 간 이동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해 사회 전반을 하향 평준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계층 이동 막는 교육 평준화



경제학자이면서 대학 총장을 지낸 교육자이기도 한 그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계층 간 사회 이동성도 교육 개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정 전 총장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한다는 평준화 정책은 오히려 양극화 개선과 거꾸로 간다”면서 “교육이 빈곤 세습을 막는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고를 없앨 게 아니라, 저소득 소외계층도 자사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을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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