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말 기준 대주주 요건을 피하면 양도세 비과세가 되는 주식 양도세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준일만 일시적으로 지분을 줄이면 소액주주로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말마다 개인들의 ‘세금 회피용’ 매도 행진이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2월말 하루’가 아니라 12월 평균 시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고 큰 틀의 세제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손’ 개인들 12월이면 세금 회피용 ‘팔자 행진’= 22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을 ‘12월 말 하루’가 아니라 ‘12월 평균’으로 향후 변경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아이디어 차원의 단계로 실제 시행 여부와 시기는 본격적인 논의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현재 주식 매매에 따른 이익은 비과세이지만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세법상 ‘대주주’ 요건은 소득세 부과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종목당 보유액(시가)이 일정금액을 넘어서는 주주다. 이 금액은 지난 2017년 말 15억원, 올해는 10억원, 내년 말에는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하향돼 대상자들은 앞으로 대폭 확대된다. 이에 따라 매년 말 대주주 요건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올해의 경우 12월31일 기준으로 종목당 보유금액 10억원을 넘기지 않으면 내년에 비과세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장내 주식거래의 경우 올해 폐장일이 30일이므로 26일까지는 거래를 마쳐야 한다. 주문일 이후 2거래일 후에 체결되기 때문이다. 김성희 삼성증권 세무위원은 “12월26일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량 곱하기 30일 종가 기준 주가를 계산해 10억원 밑으로 맞춰야 내년에 소액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며 “주주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명부 폐쇄일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유액은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보유액을 합산해 따져야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를 본인과 부모, 자녀,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액을 합쳐서 10억원 밑으로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매년 폐장일 이전 이틀 전까지 12월에는 개인들의 순매도가 늘어나는 양상을 나타냈다. 실제로 2017년 말 기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기준이 낮아지면서 당시 개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2월에만 각각 3조원과 1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했다. 지난해 역시 1~11월은 순매수였으나 12월 한 달간 순매도가 많았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2012년 이후 12월마다 매년 순매도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기준이 추가로 낮아지는 만큼 폐장 2거래일(26일)까지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이 보유주식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핀셋과세 불합리…큰 틀 세제개편 서둘러야”=실제로 개인 큰손들 사이에선 연말 절세 매매가 활발하다는 게 증권전문 세무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2017년 말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 줄 모르고 연말은 넘겼다가 지난해 주식매매를 통해 차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올해 국세청으로부터 무더기로 과태료 안내장을 받았다는 게 세무사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 전문 세무사는 “세금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듣거나 본인이 부과 대상이 된 자산가들로부터 연말에 절세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유망한 종목이라고 생각될 경우 하루 만에 사고 파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일 전후 매매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도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루를 기준으로 대주주를 판단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많아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 관련 상품 투자의 손익을 통산해 이익이 나면 양도세를 포괄적으로 부과하되 거래세를 폐지하는 큰 틀의 세제개편 없이는 대주주 양도세 제도 개선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되 거래세를 이중부과하는 불합리한 과세체계부터 하루빨리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진·심우일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