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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국민 심판' 양상으로…투표율 '70% 내외' 역대 최고

■452명 선출 구의원 선거 돌입

전면민주화 요구 이후 첫 투표

사실상 민의 대변 유일한 선거

이긴 진영 구의원 중 117명은

행정장관 뽑는 선거인단 들어

시위 격화 속 강경진압 기조에

4년전보다 유권자 44만명 증가

홍콩 구의원선거일인 24일 레이몬디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가운데 폭동진압용 방패를 든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투표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홍콩 구의원선거일인 24일 레이몬디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가운데 폭동진압용 방패를 든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투표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경찰의 야만을 중단시키고 자유선거를 요구한다면 지금은 투표할 때입니다. 우리가 여전히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을 때 투표해야 합니다.” (야당 지도자 조슈아 웡)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폭력의 종식을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한 것입니다.” (친중국파 캄만풍 후보)


6개월째 진행돼온 홍콩 민주화시위 사태의 향배를 가를 홍콩 구의원선거가 2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범민주당파 후보들은 자유선거 등 민주화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독려했고 친중국파는 폭력 종식을 요구했다. 선거 결과는 홍콩 민주화에 대한 홍콩인들의 민심을 드러내는 첫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한국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홍콩 구의회 선거 투표는 오전7시30분부터 오후10시30분까지 630여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우려했던 투표소 주변의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대신 투표소마다 긴 줄이 하루종일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를 나타냈다. 위엔룽 지역 투표소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찬(31)씨는 로이터통신에 “전에는 이런 선거를 본 적이 없다”며 “현재 상황 때문에 투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홍콩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율은 낮12시30분에 30.98%를 기록하며 2015년 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14.48%)을 두 배 이상 웃돌았으며, 오후3시30분에는 47.26%로 지난 선거의 최종 투표율인 47.01%를 넘어섰다. 투표율은 오후 8시30분 현재 66.50%로 중국 반환 이후 홍콩 선거 사상 최고를 이미 기록했다. 앞서 최고치는 2016년 입법회 선거의 58%였다. 이번 선거 최종 투표율은 70%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보다 44만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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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홍콩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범민주파에 유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는 지난 6개월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전했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강공에 최근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위대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가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 다만 친중파 진영은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진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투표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날 선거를 통해 총 479명의 구의회 의원 가운데 452명을 뽑았다. 나머지 27석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명한다. 2015년보다 의석수가 21석 늘었다. 기존 구의회 의석 분포는 총 458석 가운데 친중파 진영이 331석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37석 등 범민주파는 118석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는 지난 6월8일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100만명 행진을 계기로 전면적인 민주화 요구 운동이 벌어지고 난 뒤 진행된 첫 선거라는 점에서 역대 구의원선거와 정치적 위상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이번에 선출된 452명의 구의원 중 117명은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구의원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선거인단 117명을 독식하게 된다.

한편 홍콩 선거는 행정책임자인 행정장관과 구청장, 의회격인 입법회(국회)와 구의회로 구성된다. 행정장관과 구청장은 간접선거로 치러져 대부분 친중국파가 선출돼왔다. 입법회도 전체 70석 가운데 35석만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선거가 사실상 민의를 대변하는 유일한 자유선거인 셈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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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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