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최고 22%...대부업 뺨치는 '카드론' 금리

현금서비스도 최고금리 22.1%

이용자 대부분 5등급 이하인데

고금리 고수...채무상환 부담 가중

당국 중금리대출 활성화정책 역행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에도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에 따른 카드 업계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줄어든 수익을 대출 이자로 메꾸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취약차주에게 부담을 주는 고금리 관행을 뜯어고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요지부동인 셈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신용카드사들의 장기대출인 카드론 최고금리는 16.4~21.7%,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는 19.7~22.1%에 달한다. 법정 최고금리가 24%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에 가까운 고금리에 속한다. 신용등급 1~3등급으로 비교적 신용 상태가 좋은 차주들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도 각각 12.14~15.99%, 10.68~13.86%로 시중은행 신용대출보다 4~5배가량 높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대출 금리는 차주의 신용등급과 과거 카드 이용내역을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으면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카드대출은 은행권 신용대출과 달리 별도의 까다로운 절차 없이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급히 돈이 필요한 경우에 많이 쓰여 대체로 금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드론 이용자 대부분이 1금융권 대출에서 밀린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들로 카드사들이 고금리 정책을 고수할 경우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5등급인 차주는 현재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최소 16.72%에서 최고 19.35%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질수록 대출금리는 더 높아진다.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서민들이 대부업이나 사채로 내몰리지 않게 하라는 당국의 지침과 달리 대다수 취약 차주들이 대부업 수준의 이자를 낸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서 중금리 대출 확대에 골몰하고 있지만 카드사만 나 홀로 고금리 장사로 수익 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비용 통제로 수익성이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카드 업계의 우려와 달리 올 들어 카드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수입원인 카드대출 규모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호실적을 위한 무조건적인 대출 확대와 이자 장사가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카드사들의 카드대출 규모는 지난 2016년 말 97조9,000억원에서 2018년 말 103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가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도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카드론 이용자들의 대출금은 생활비나 부동산 투자금 등으로 쓰이는데 경기 부진 장기화로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카드 업계에 고금리 카드대출로 인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지적한 바 있다. 앞서 9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8개 카드사 대표들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카드 상품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금융소비자 관점으로 다시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카드사에서 발생하는 고객 설명 의무 불이행이나 카드대출 금리 산정 문제와 같은 사례는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카드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라며 “카드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금융혁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취약 계층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거나 의도하지 않게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