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이후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 속에서도 평범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별하지 않은 역할이 그리웠으니. 이번 ‘니나 내나’에서는 그럴 수 있어서 정말 너무나 즐거웠다. 어린 시절 학교와 극단에서 공연할 때의 감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한 작품이라 더욱 끌렸고 애정이 갔다. 그만큼 편하게 작품에 임했던 작품이다.”
‘니나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
태인호는 삼남매 중 둘째 경환 역을 연기했다. 사진사인 경환은 사진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안게 된다. 그 속에서도 누나 미정(장혜진 분)과 동생 재윤(이가섭)을 살뜰히 챙긴다. 대사나 액션으로 캐릭터를 강렬하게 보여주지 않음에도 태인호의 깊이있는 분석과 연기로 둘째 경환의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스며든다.
그는 “경환은 주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반응을 주기보다 받아야 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배우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누나와 동생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만 고민했다. 배우로서 욕심을 내세워서 행동하다 보면 둘의 분위기를 깰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그들이 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 연기하는 것을 택했다. (삼남매로 호흡을 맞춘) 장혜진 누나, 이가섭이 주는 연기가 경환이란 인물에 집중 할 수 있게 했다. 제 연기는 절대 혼자서 나올 수 없는 연기였다. 좀 다른 환경들을 느끼고 싶었는데, ‘니나 내나’를 이렇게 만나게 됐다.”
태인호는 “너무나 하고 싶은 분위기, 감성의 작품이었다”며 ‘니나 내나’를 통해 느낀 행복감을 전하기도 했다. 작품 속 큰 누나이자, 실제로 든든한 누나이기도 한 장혜진 배우는 태인호 배우와의 첫 만남에서 ‘나 정말 너와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라고 말을 건넸단다. 그 한 마디가 장 혜진 배우에게 마음을 활짝 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 저희 세 남매가 자주 술자리를 가지면서 또 바로 친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그런 마음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커지는 것 같더라. 혜진 누나는 진짜 누나 같았고, (이)가섭이는 나이도 어리고 성격도 내성적이지만, 점점 마음이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태인호는 영화의 엔딩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추천했다. 그는 “ 막내 ‘재윤’이 ‘경환’에게 하는 대사인 “그거 아나? 가만히 있어도 거짓말하는 그런 느낌”“을 가장 마음에 크게 와 닿는 대사로 꼽으며 누구나 각자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이 영화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2004)으로 데뷔한 배우 태인호는 드라마 ‘미생’(2014)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또한 태인호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의 비전’ 부문에 초청된 ‘영도’(2015)에서 살인마의 아들 ‘영도’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로 그해 제25회 부일영화상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니나 내나’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이상희 배우는 영화 ‘영도’에서 상대역이었다.
‘니나 내나’를 통해 이상희 배우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태인호는 “이상희 배우가 일상의 살아있는 말들을 보여주면서, 영화 전체의 ‘쉼표’ 부분을 너무 잘 표현해줬다”며, 상대배우에게 공을 돌렸다.
태인호의 장점을 꼽자면, 섬세한 마음 씀씀이를 캐릭터와 작품에 입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캐릭터가 해야 할 몫을 정서와 공기로 전달하는 베테랑 배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대사나 행동보다는 정서를 전달하는 연기가 그나마 다른 것보단 자신 있는 것 같다”고 쑥스럽게 자신의 연기를 자평했다.
인간 태인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음’이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이일지라도 얼마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낯가림이 심한 성격임에도, 상대에게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 ‘식사 하셨나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려고 노력한다. 누군가에겐 큰 의미 없어 보이는 말일지라도, 그에겐 ‘마음을 나누는 인사’이다. 기자에게도 마음의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오래전 연기 선생님이 ‘너와 나 둘 사이에도 진짜 마음을 나누지 못했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어떻게 관객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겠냐’고 하셨다. 그때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배우들은 마음을 건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양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