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기업 '日 텃밭' 아세안 뚫으려면…

[한·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정부 체계적 기업지원 대책 필요

베트남 투자쏠림 현상도 벗어나야




한국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에 있어 일본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벤치마크 모델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아세안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26일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도요타·다이하쓰·혼다·미쓰비시·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인도네시아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이미 지난 1960년대부터 태국에 공장을 짓고 현지 시장을 공략해왔다. 반면 현대차는 최근 중국 시장이 극도로 부진하자 이제서야 아세안 국가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베트남 쏠림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31억6,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0.3%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한국이 인도네시아 투자한 규모는 4억9,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3% 줄었으며 태국은 9,500만달러에 그쳐 10% 감소했다. 베트남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는 6분의1, 태국은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아세안 국가의 전체 시장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반면 한국은 베트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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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일본의 경우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아세안 국가를 지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인프라 수주 등을 자국 기업이 가져가는 협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2017년 베트남에 대한 일본의 ODA 규모는 14억8,700만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억8,700만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베트남에서 만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기업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실속은 일본 기업이 챙겨가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에서 사업을 따내더라도 한국은 협력업체들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결국 베트남 업체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자국 회사들이 일감을 가져가게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남방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민관이 체계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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