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키우지 않고도 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까.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물성 고기가 아닌 진짜 동물성 고기 말이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바로 동물의 세포를 통해 만들어낸 고기인 ‘클린 미트’, 즉 청정 고기를 통해서다. 아직 대량생산 단계는 아니지만 2013년에 이미 세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한 햄버거용 패티가 만들어졌으며, 2016년 멤피스미트라는 회사는 세계 최초의 배양 미트볼을 생산해냈다. 동물의 세포를 분리하고 영양분을 공급해 인큐베이터에 배양하면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클린 미트 기술의 핵심이다. 모든 과정에는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고,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세계 최초로 클린 미트를 시식한 인물이자 ‘도살에도 자비를’이라는 동물보호단체 설립자인 폴 샤피로는 신간 ‘클린 미트’를 통해 클린 미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고기보다 더 깨끗하고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무해한 클린 미트가 식물성 고기로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샤피로에 따르면 클린 미트는 고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 방목에 사용되고, 경작지 중 3분의 1은 농장 동물을 먹이는 용도로 쓰인다. 동물용 사료는 지구의 허파를 죽이는 주범이다. 수렵을 시작한 이후로 이어지고 있는 고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고 지구의 환경을 더욱 망쳐놓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클린 미트의 가능성에 일찌감치 눈을 뜬 스타트 업들도 소개한다. 동물 없는 고기를 만들기 위해 최초로 창립된 뉴하비스트, 소의 세포를 배양해 스테이크칩과 최고급 가죽을 만드는 모던미도, 근육세포를 사용해 햄버거용 고기를 만들어내는 멤피스미트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기업 이념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풀어냈다.
이들 기업에 적절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다면 10~20년 안에 소나 닭을 키우는 것보다 저렴하고 깨끗하게 대규모로 청정 고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1만 년 전에 일어났던 농업혁명 이후 가장 큰 식품 생산의 대격변이 찾아오고,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환경오염, 기근과 전염병 등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