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가 집값 올려놓고 종부세 폭탄이라니

올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60만명에 육박하고 세액은 3조3,47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는 총 20만3,174채로 1년 만에 50% 넘게 늘었는데 서울 강남 3구 이외의 아파트가 지난해 2배 수준인 4만1,466채에 달했다. 종부세 납부 인원과 세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세율과 공시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종부세 폭탄 고지서를 받아 들게 된 납세자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세금 폭탄의 직접적 원인인데도 납세자들이 엉뚱하게 덤터기를 쓰게 됐으니 기 막힐 노릇이 아닌가. 유례없이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다 정시 확대 등 입시정책의 여파로 서울 집값은 2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3.3㎡당 1억원을 넘어선 아파트도 속출했다. 현 정부의 집권 기간에 서울 부동산 값 상승률은 15.7%로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의 2.6%, 이명박 정부의 5.4%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웬만한 집 한 채가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을 넘으면서 “경기는 고꾸라지는데 부동산 세금만 올린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경기침체로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정부가 숟가락을 더 얹은 셈이니 이러한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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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죌수록 집값이 안정될 거라고 장담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빚까지 져야 할 형편이고 집주인들이 종부세 충당을 위해 전세보증금 인상에 나서면서 애먼 세입자들만 피해를 당하게 됐다. 다주택자들은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보유세보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크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면 공급이 늘어 집값도 잡을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었지만 장밋빛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초 종부세 도입 취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투기꾼의 배만 불리게 됐고 국민들은 평생 피땀 흘려 마련한 내 집 하나 지키기도 버겁게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세금을 덤터기씌우는 정책 폭주를 멈추고 시장의 순리에 맡기는 게 답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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