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코앞에 두고 한국의 ‘상당한 부담 분담 기여’를 강조했다.
일방적이고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협상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핵심 동맹국들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까지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미국 측이 합리적인 조정안을 한국 측에 제시할지 주목된다.
1일 미 의회에 따르면 상·하원이 심의 중인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법안에서 상원은 “(한국의) 상당한 부담 분담 기여에 대해 칭찬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인 국방비 지출은 미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또 한국이 캠프 험프리스 기지 건설과 같은 직접 비용 분담과 기타 동맹 관련 지출 등을 들어 공동 안보 강화에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원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협상을 위해 주한미군의 철수 카드가 거론되는 데 대해 절대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원도 법안을 통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미군 주둔과 관련해 한국·일본의 직간접 및 부담 분담금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미 의회의 우려에도 외교가에서는 재선을 정치적 우선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공평하고 공정한 결과’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측에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요구하며 계속 밝혀온 명분론이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우리의 방위 조약상의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상당한 군사적 자원과 능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무를 충족시키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재차 시사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방위비 협상에서 인상은 무조건 안 된다는 수동적 자세보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 의회도 과도한 수준을 반대하는 것이지 방위비 분담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같다”며 “분담금 인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에 확장억제의 제도화, 원자력 잠수함 도입 문제 등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