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에 어려운 한해였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인 한솔케미칼(014680)은 전방산업 부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는 전방산업의 회복이 점쳐지는 만큼 어려운 시기 저력을 입증한 한솔케미칼 역시 본격적인 비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지난 3분기 매출 1,543억, 영업이익 3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 분기보다 늘었으며, 특히 영업이익률은 22.6%를 기록하며 3분기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 △라텍스 외 제지약품 △고분자응집제(PAM) △차아황산소다(SD) △과산화벤조일(BPO) △프리커서(전구체) △전자재료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과산화수소수와 프리커서, 전자재료(QDT소재) 등은 반도체, 디스플레이산업과 관련성이 크다.
특히 전방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부진한 가운데서 이뤄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평가다.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평가받는 반도체는 올해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등 부진을 겪었고, 디스플레이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관련 기업이 실적이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케미칼에 대해 “고객사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가동률은 하락했음에도 제품은 단가 인하가 거의 없었고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로 이익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
증권가에서는 올 4·4분기부터 전방 산업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한솔케미칼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첨단 소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호재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 증설에 따라 초고순도 과산화수소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반도체 박막 공정에 쓰이는 전구체 역시 향후 증설에 따른 수혜가 전망된다. 한솔케미칼은 전구체 신제품(3D MAS)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자재료로는 TV 컬러필터용 2세대 퀀텀닷(QD) 소재와 광학용투명접착필름(OCA)의 신규 공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한솔케미칼은 내년부터 삼성전자 신공장(시안 P2·평택 2공장)에 반도체 과산화수소와 3D 낸드 전구체 (3D MAS)를 신규 공급하고, 폴더블폰과 플렉서블 OLED 패널의 필수 소재인 OCA 공급을 확대한다”며 “2021년 1·4분기부터 월 3만장 규모의 퀀텀닷 OLED 생산을 시작할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올해 700억원 수준인 퀀텀닷 소재 매출이 2,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한솔케미칼이 국내 주요 기업에 공급할 예정인 2차전지 핵심소재 ‘음극재 바인더’도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바인더는 일본업체들이 시장을 독과점해왔지만, 최근 소재 부문 국산화 움직임으로 한솔케미칼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주가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 29일 전일 대비 1.71% 오른 10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 때는 10만 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연초(7만6,300원) 이후 상승률은 32%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도 한솔케미칼 전망을 밝게 평가하고 있다. 유종우 연구원은 지난 28일 한솔케미칼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8% 높인 13만원으로 상향했고,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10만5,000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높였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과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각각 목표가를 18%, 14%로 상향하며 13만원, 12만5,000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