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골프가 석 달 만에 또 일본 필드를 동반 접수했다. 베테랑 김경태(33)는 3년6개월의 긴 우승 가뭄을 시원하게 씻었고, 배선우(25)는 데뷔 시즌 멀티 우승과 메이저대회 제패의 꿈을 이뤘다. 한국 남녀골프 일본파가 같은 날 우승 소식을 전해온 것은 9월 박상현·이민영 이후 석 달 만이다.
김경태는 1일 고치현 구로시오CC(파72)에서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 월드오픈(총상금 2억엔)에서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숀 노리스(남아프리카공화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4,000만엔(약 4억3,000만원)을 받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3위라 역전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마지막 4라운드에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는 무서운 기세로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2016년 5월 말 미즈노 오픈 이후 무려 3년6개월 만의 우승으로 JGTO 통산 14승째다.
김경태는 한국 남자골프가 자랑하는 에이스였다. 아마추어 때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승을 거뒀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듬해 KPGA 투어 프로 데뷔전부터 2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쓰더니 시즌 3승으로 상금왕·대상(MVP)·다승왕·신인상을 싹쓸이했다. ‘괴물’로 불리며 국내 무대를 평정한 김경태는 일본 진출 후에도 2010·2015년 상금왕에 오르며 이름을 날렸다. 2016년 상금랭킹 3위, 이듬해 13위로 보낸 김경태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해 상금 37위에 그쳤고 올해도 이번 대회 전까지 41위였다. 재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늘 “스윙 교정 중”이라고 담담하게 밝혀왔던 김경태는 2019시즌이 끝날 무렵 시즌 상금(1,961만엔)의 두 배에 가까운 상금을 한 번에 거머쥐었다. JGTO는 오는 5일 개막하는 JT컵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한다. 한국 국적 선수들은 올 시즌 4승을 합작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의 한국 자매들은 전체 39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일본 무대에 데뷔한 배선우가 마지막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배선우는 미야자키현 미야자키CC(파72)에서 끝난 최종전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적어 공동 2위 시부노 히나코와 후루에 아야카(이상 일본)를 4타 차로 멀찍이 따돌렸다. 선두 이보미(31)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해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보탰다. 우승상금은 3,000만엔(약 3억2,000만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두고 일본으로 건너간 배선우는 8월 홋카이도 메이지컵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데 이어 2승째를 시즌 최종전이자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 이보미는 2타를 잃어 5언더파 공동 5위로 마감했다.
신지애(31)는 4언더파 공동 7위로 마쳐 시즌 평균타수 69.9399타를 찍었다. JLPGA 투어 최초의 60대 시즌 평균타수 기록이다. 상금왕은 5언더파 공동 5위로 끝낸 스즈키 아이(일본)에게 돌아갔다. 스즈키는 1억6,018만엔을 벌었다. 시부노가 1억5,261만엔으로 2위, 시즌 3승을 올린 신지애는 1억4,227만엔의 3위로 마감했다. 지난해 상금 2위에 이어 올해도 아깝게 상금왕을 놓치면서 신지애는 사상 최초의 한·미·일 3개국 투어 상금왕 석권 기록을 다음으로 미뤘다. 상금 4·5위는 배선우와 이민영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