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 검찰수장을 만나다] 구본선 의정부지검장 "서민 재산피해 최소화에 주력"

불법 다단계·재건축 비리 등 전담

서민다중피해범죄 중점분석팀 신설

계좌 추적·동결 조치...피해 최소화

대형재난사고 대비 TF 구축도 추진

"검사는 서민의 '백마 탄 왕자' 돼야"

구본선 의정부지검장이 2일 경기 의정부시 지검 집무실에서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의정부=오승현기자구본선 의정부지검장이 2일 경기 의정부시 지검 집무실에서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의정부=오승현기자



의정부지방검찰청에는 다른 검찰청에 없는 조직이 있다. 서민다중피해범죄 관련 ‘중점분석팀’이다. 불법 다단계·유사수신, 다중 분양사기,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비리 같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호소하는 사건을 포착했을 때 피의자들의 계좌를 추적해 동결(보전청구 조치)하는 전문지원팀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자금 계좌를 조기 동결시켜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최대한 많이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중점분석팀은 구본선(51·사법연수원 23기) 의정부지방검찰청장(의정부지검장)이 부임하면서 첫 번째로 꺼내든 추진 과제다. 의정부지검 관내 서민다중피해범죄가 적지 않다는 게 구 지검장의 판단이고,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중점분석팀을 가동한 후 현재까지 총 236명이 123억원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건들에 대한 동결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구 지검장은 2일 경기 의정부시 지검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 서민다중피해범죄는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범죄수익을 챙겨가는 게 다반사”라며 “많게는 한 명당 피해액이 5,000만~1억원에 달하는데 평생 모은 종잣돈을 모두 날리는 경우로 수사기관에서는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중점분석팀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대검찰청에 있는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팀도 구 지검장이 대검 형사부장 재직 시에 상부에 그 필요성을 보고·건의해서 만들었다. 일선 검찰청에 서민다중피해범죄의 수사 노하우를 전파하고 계좌를 추적·동결하는 업무를 지원한다. 대검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팀은 올해 3월 출범 이후 지난 9월까지 약 935억원 상당의 몰수·추징 보전을 지원하고 총 29건의 사건에 피해보전 기법을 전수했다. 구 지검장은 “검찰이 이런 사건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면 피해자들의 재산 피해 회복도 보다 빨라지고 수월해진다”고 전했다.

구본선 의정부지검장이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소박한 정의감을 가진 후배 검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의정부=오승현기자구본선 의정부지검장이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소박한 정의감을 가진 후배 검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의정부=오승현기자


구 지검장은 또 다른 역점 과제는 대형재난안전사고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 수사조직이다. 사건 발생 시 신속·정확하게 수사하고 피해도 적극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 것이다. 이 전문지원팀은 최근 검찰개혁 방향 중 한 과제인 ‘형사부 강화’를 위한 좋은 방법으로 검찰 내에 회자되고 있다. 그는 “매달 사건을 200건 가까이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실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역량을 갖추기란 어렵다”며 “전문지원팀을 늘림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최근에 환경범죄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검찰청의 환경범죄 접수현황을 보면 의정부가 827건으로 가장 많다. 구 지검장은 “환경범죄는 서민다중피해범죄 못지 않게 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특성이 있다”며 “사건 발생 시 조기에 개입하고 엄정하게 처벌하고 다시는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는데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정부지검은 환경부와 유관기관의 특법사법경찰, 그리고 지역 내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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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쌓인 전문 수사역량은 구조적 비리 앞에서 힘을 발휘한다. 임차한 땅에 쓰레기를 쌓아둔 재처리 업자들이 종종 적발되는데, 알고 보면 ‘바지사장’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쓰레기를 넘겨준 제조업자나 1차 폐기물 업자들이 비용을 아끼고 형사처벌은 면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이다. 통상의 경우 대개 벌금형을 물리고 넘어가는데 그럼 윗선이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며 비리가 반복되게 된다. 따라서 이같은 구조적 비리의 경우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이 필요하다. 구 지검장은 “폐기물 업자들의 동기와 배경을 추적해보니 이러한 ‘검은 거래의 망’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런 수사를 한번 해보면 바지사장 업체임을 규명하기 위해 어떤 장부와 서류, 증명서 등을 봐야하는지가 노하우로 쌓인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구 지검장은 검사로서의 자신의 철학에 신념을 소개하며 이를 지켜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2001년 서울고검장 퇴임식에서 “‘검사는 서민의 백마 탄 왕자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그 말을 항상 가슴 속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구 지검장은 이 같은 신념을 후배 검사들도 지킬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다며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소박한 정의감을 가진 후배 검사들에게 작지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1968년 인천 △1986년 인하부고 △1990년 서울대 교육학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1994년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7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1998년 대검 총무부 검찰연구관 △2001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 △2003년 대검 기획조정부 검찰연구관 △2005년 서울중앙지검 검사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2008년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2009년 사법연수원 교수 △2010년 대검 정책기획과장 △2011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장 △2012년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장 △2013년 대검 대변인 △2015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2016년 광주지검 차장검사 △2017년 부산고검 차장검사 △2018년 대검 형사부장 △2019년 의정부지검장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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