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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배경 디자이너의 매력은 새로운 세계 창조하는데 있죠"

■김준호 레드독컬처하우스 감독

애니 배경 디자이너 부문 '에미상' 수상

넷플릭스 및 중국 제작사와도 협업

상상 속 세계 만드는 일 언제나 즐거워

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 마지막 장면이다. 김준호 감독은 유럽과 중국풍 건물에 증기기관이 섞인 해당 장면을 작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배경으로 꼽았다./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 마지막 장면이다. 김준호 감독은 유럽과 중국풍 건물에 증기기관이 섞인 해당 장면을 작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배경으로 꼽았다./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피드백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조명도 못 받는 분야지만, 그래도 계속 한길만 파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배경 디자인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다. 캐릭터나 스토리처럼 곧바로 반응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 척박한 여건에서 김준호 레드독컬처하우스 감독은 지난 9월 미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어워즈’ 에서 ‘애니 배경 디자이너’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0여 년 동안 한 우물을 판 끝에 일궈 낸 성과다. 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에서 ‘굿 헌팅’의 배경 디자인으로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을 받게 된 김 감독을 경기 부천 레드독컬처하우스 사무실에서 만나 ‘배경 디자인’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김준호 레드독 컬쳐하우스 배경 디자인 감독이 부천 사무실에서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다./한민구기자김준호 레드독 컬쳐하우스 배경 디자인 감독이 부천 사무실에서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다./한민구기자


김 감독은 배경 디자인의 매력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맛’에 있다고 한다. 그에게 에미상을 안겨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굿 헌팅’은 식민지배를 받는 홍콩에 스팀펑크(증기기관을 바탕으로 발전한 가상의 세계) 세계관을 가미한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중심인물이 성장함에 따라 배경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검은 증기 자욱한 도시로 바뀐다. 물론 가상 세계라도 현실에서 확장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료 수집은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다. 배경 디자인을 위해 10의 노력이 든다면 그중 6은 자료를 찾는 데 활용한다. 김 감독은 “홍콩의 시골에서 공상과학(SF) 도시로 넘어가야 하는 데 참고할만한 자료가 없어 초반에 고생했다”면서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으로 좋은 성과를 낸 김 감독은 넷플릭스와 또 다른 작품을 협업하며 중국 텐센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무한소녀’와 중국 애니메이션 플랫폼 비리비리의 ‘천관사복’ 등의 배경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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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2007년부터 2차원 배경 디자인을 고집스럽게 파고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볼 때 배경을 유심히 봐 왔다.초반에는 캐릭터와 소품을 맡았지만 가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매력 때문에 배경 부분을 지원했다”며 “선을 쓰는 방법에 따라 깊이감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2차원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물론 힘든 점도 많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고 뒤에서 받쳐주는 일이다보니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의 컨셉이 된 배경 디자인./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의 컨셉이 된 배경 디자인./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


김 감독은 “한장을 그리는 데 이틀씩 걸리는 앉은뱅이 일이지만, 그럼에도 계속 파고 즐기다 보면 분명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라며 “제가 참여한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하는 후배들이 배경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에서 근대화된 홍콩 골목 디자인./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넷플릭스 단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굿 헌팅’에서 근대화된 홍콩 골목 디자인./사진제공=레드독컬처하우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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