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與野 손익 계산에...민식이법 등 원포인트 본회의마저 무산

■파국 치닫는 국회

나경원 "민생법안 국회 열면 처리"

이인영 "필리버스터 먼저 철회를"

민주, 살라미 전술·4+1공조 모색

한국, 무더기 수정안 카드 만지작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손익 싸움에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마저 무산됐다.

필리버스터 카드로 선제공격을 했던 자유한국당은 2일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바른미래당의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제안을 수용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철회 없이는 협상도 없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저지를 뚫기 위한 ‘살라미 전술’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수정안의 ‘무더기 발의’ 방안 등 국회법을 활용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면서 국회는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인근 ‘투쟁텐트’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 쟁점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민생법안의 경우 민주당이 본회의만 열어주면 즉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은 합법적 투쟁인 필리버스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를 열고 소수 야당의 필리버스터 권한을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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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취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제안은 우리의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이후 같은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당이 건설적인 제안마저 필리버스터 수단으로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신청 철회 등 한국당의 입장변화를 2∼3일 기다리겠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살라미 전술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살라미 전술은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을 동시 상정한 뒤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한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정기국회 종료 후 2∼3일 회기의 임시국회를 연속적으로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회기 종료 시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결되고 그다음 회기에서는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해당 법안 표결을 하도록 한 국회법 조항 활용이 핵심이다. 한국당이 5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검토 중이므로 임시국회를 다섯 번 열면 패스트트랙·민생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다만 이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고 문 의장의 결단 또한 필요하다.

이에 맞서 한국당 내에서는 법안이 여러 건 상정되면 수정안을 원안에 앞서 표결하도록 한 조항을 활용해 패스트트랙 법안 수정안을 ‘무더기 발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극한 정쟁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강경투쟁을 풀고 협상에 나서자는 방안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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