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3일 백두산을 다시 찾았다.
김 위원장이 중대한 정치적 결단 전에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백두산을 찾은 전례를 볼 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월에도 김 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뒤 남북 교류협력의 단절을 의미하는 금강산 일대 남측 시설 철거를 전격 지시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민의 이상향으로 천지개벽 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12월2일 성대히 진행되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참석하시어 준공 테프(테이프)를 끊으시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연말 시한을 넘길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통해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다는 경고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미국의 강력한 무기가 대북제재라는 점을 의식한 듯 자력갱생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준공사에서 “삼지연군 읍지구는 우리 인민의 일심단결 혁명정신과 자력갱생의 영웅적 투쟁에 의하여 솟아난 만리마 시대의 창조물”이라고 자찬했다.
북한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도 이날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제재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것이 스스로 시간표에 쫓기는 자충수를 둔 형국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역시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대화 판이 깨지고 김 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등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김 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며 북한 리스크 관리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