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느러미를 움직여 모래를 털어내는 가오리를 연구해 물질 표면의 오염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와 이상준 포스텍 교수는 자석에 잘 달라붙는 소재로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방한 ‘움직이는 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주로 생명체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응용하거나 미세구조를 본떴는데 화학물질이 분해되거나 표면이 마모되면 기능을 잃어버리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주름 형상의 반복적인 변화를 이용하는 기술이 연구됐지만 이미 부착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원천적으로 오염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공동 연구팀은 표면 자체 특성이 아닌 표면의 움직임을 모방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바닷속 모랫바닥에 사는 가오리의 지느러미가 파도타기를 하듯 연속적으로 바뀌며 이물질을 털어내는 모습에서 실마리를 얻어 ‘움직이는 방오 표면’을 만든 것이다. 가오리 지느러미는 모양이 변하면서 그 표면에 소용돌이 흐름인 ‘와류’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오염물질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지느러미에는 표면의 수평 방향으로 작용하는 ‘전단응력’이 만들어지는데, 이 힘은 표면을 마치 빗자루로 쓸어내듯 훑어서 오염물질 부착을 막는다.
연구진은 자석에 반응하는 복합소재로 제작된 ‘인공근육’으로 가오리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자석(자기장)이 이동하면 자석 위에 있는 인공근육이 수축하도록 만든 것이다. 인공근육이 수축하는 깊이와 주기를 조절해 오염물질의 부착을 최소화하는 조건도 찾아냈다. 새로 개발된 표면은 강력한 와류와 전단응력을 발생시켜 박테리아로부터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호했다. 이 표면을 의료기기·해양시설·선박 등에 적용하면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는 “그동안 움직이지 않는 방오 시스템의 구조와 성능적 한계를 넘어섰다”며 “의료기기나 해양 구조물, 선박 표면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