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최초 인물이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울산시청 등 지역 관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언론의 관심이 쏠린 송 부시장은 5일 오전 8시 20분께 시청 청사에 도착해 곧바로 8층 집무실에 올라갔다. 집무실 앞에는 청경과 직원들이 지키며 송 부시장과의 접촉을 제지하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송 부시장이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김기현 하명 수사와 관련해 송 부시장이 처음 거론된 건 지난 2일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기성 씨의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박기성 씨는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과정, 그리고 최근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송병기 씨는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공개했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재임 당시 울산시 교통건설 국장 등을 지내다 2015년에 퇴임한 뒤, 2018년 6월 더불어민주당의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로 옮겨갔다. 송 시장 당선 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임명됐다.
박 씨에 따르면 2018년 3월 16일은 소위 ‘레미콘 사건’과 관련해 비서실 등을 압수 수색을 했다. 그날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박기성 실장이 레미콘 업무와 관련해 담당자를 질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은 시청 전직 공무원이라고만 압수영장에 적혀있다.
박 씨는 “이 ‘전직 공무원’이 나는 송병기 씨라고 생각하며, 이 점은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동료 공직자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또 검찰이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해 지난주 3년 형을 구형한 경찰관 성 경위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을 해 확보한 성 경위의 수첩에 ‘2017년 12월 7일 송국장 14시’라는 메모가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월 29일 울산지법에서 있었던 성 경위의 공판에서 밝혀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성 경위의 상관인 지능수사대장은 이 메모에 대한 검찰의 심문에 ‘송국장’이 현재 경제부시장으로 있는 송병기 씨임을 확인했고, 이들이 만난 것도 확인했다.
박 씨는 “더 많은 정황과 합리적 의심의 단서들이 있지만,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송병기 씨는 송철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다”고 주장하며 공개 답변을 요구했다.
박 씨의 기자회견 당일 건강검진으로 시청에 출근하지 않았던 송 부시장은 당시 공식 입장을 밝히려다 공무원 신분임을 고려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송철호 울산시장은 5일 출근길에서 만난 일부 언론의 질문에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부시장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