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러, 송환시한 임박 北노동자 다 내보내나…"北식당 1곳 폐업"

러 안보리 결의 이행 가운데 北노동자 편법체류 가능성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오는 22일로 다가온 가운데 러시아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의 철수가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형식상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 비자 대신 유학 비자나 비즈니스 비자(상용 비자)를 받아 러시아로 들어가 편법으로 외화벌이를 계속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영업하던 북한 식당 2곳 가운데 1곳이 지난 10월 문을 닫았고 이곳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은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스크바 남서쪽 로모노솝스키 대로에 있던 북한 식당 ‘능라도’는 지난 10월 초순 이미 영업을 중단했고 종업원들은 추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식당이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종업원들에게 출국 명령이 내려졌으며 이들이 1주일 만에 식당 집기와 모든 짐을 챙겨 떠났다”고 설명했다. 능라도가 입점했던 건물 창문에는 현재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임대 광고와 전화 연락처가 붙어있다. 이 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이 러시아 당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으로 기간이 만료된 노동 비자를 연장할 수 없게 되면서 강제 출국당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모스크바 남쪽의 또 다른 북한 식당 ‘고려’는 그대로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고려 식당 관계자는 ‘능라도가 문을 닫았는데 고려도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계속 정상 영업을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종업원들의 비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고려 식당도 능라도에 이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주도 블라디보스토크의 ‘고려관’, ‘평양관’, ‘금강산’ 등 북한 식당 3곳도 아직은 정상 영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식당은 최근 급증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크릴로바 거리에 있는 ‘금강산’ 식당의 한 종업원은 안보리 제재에 따른 식당 폐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웃기만 할 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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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건설 공사 현장에도 여전히 일부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8,000명에 가까웠던 연해주 내 북한 노동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상반기 200명 선까지 크게 줄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러시아가 유엔에 지난 3월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내 북한 근로자 수는 2017년 말 3만23명에서 2018년 말 1만1,490명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선 훨씬 더 많이 감소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응징으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규정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이행 기간은 결의안 채택일부터 24개월로 올해 12월 22일까지이며 유엔 회원국은 이행 여부를 내년 3월 22일까지 최종 보고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대북 제재 결의에 서명한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결의 상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 북한 노동자들을 시한 내에 모두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숙련도가 뛰어나고 규율이 잡힌 값싼 북한 노동자들을 원하는 현지 업계의 지속적 건의와 외화벌이가 급한 북한 정부의 끈질긴 요청을 러시아 당국이 무조건 무시하고 북한인들을 모두 송환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 노동자들이 편법으로 러시아에 계속 남아 외화벌이에 동원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러시아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송환 시한 이후에도 북한 근로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 비자가 아닌 유학 비자나 비즈니스 비자 등을 받아 러시아에서 계속 일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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