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6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여야 2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9일과 1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당이 협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4+1 협의체’가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국회는 패스트트랙 법안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각각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멈춰 선 상태다.
이 가운데 선거법은 한국당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의 선거법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정해놓고 정당 득표율(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다. 33.5%를 득표한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17석, 민주당(25.5%) 13석, 국민의당(16.7%) 13석, 정의당(7.2%)이 4석을 가져갔다.
이번에 부의된 선거법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이 의원 정수다.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해지는 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을 빼고 남은 수의 50%가 배분된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30% 수준인 한국당은 당장 총선을 치르면 90석에 그친다. 현재 지역구가 91석인 한국당(총 108석)은 개정안대로라면 비례대표를 받을 수 없어 의석이 17석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절대로 받을 수 없는 안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범여권은 한국당에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으로 의원 정수를 고정하고 △비례대표 50석에 연동률을 50% 이하로 조정하는 안 △비례대표 25석은 정당 득표율, 25석은 연동률을 적용하는 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번째 안의 경우 사실상 25석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돼 한국당의 의석수 감소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역구(2석)가 적고 지지율(약 7%)이 높은 정의당 등의 양보가 필요하다.
범여권은 현재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참여한 ‘4+1 협의체’에 한국당도 들어와 내년 총선의 룰(규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자는 입장이다. 문 의장이 본회의 개의 시기를 9일로 알리면서 데드라인은 정해졌다.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안과 데이터 3법 등은 단독 처리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전까지 한국당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 기류도 바뀌고 있다. 9일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협상이 필요한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은 미루고 예산안은 처리하는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저지,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라는 성과를 각각 얻을 수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상당히 개선된 안들이 제시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협상장에 나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김인엽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