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저유가·경기침체의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세계 최대 IPO와 최고 기업가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람코는 5일(현지시간) 전날 기관투자가들의 수요 예측을 마감한 결과 아람코 공모가가 회사가 제시한 희망범위(30~32리얄) 상단인 주당 32리얄(1만475원)에 결정됐으며 256억달러(30조4,640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람코는 오는 11일 자국 내 증시인 타다울에 주식 1.5%(30억주)를 상장하며 이 중 1%가 기관투자가에, 나머지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이번 청약에는 기관투자가 자금 1,060억달러, 개인투자자 자금 130억달러 등 총 1,190억달러어치가 몰렸다. 이들로부터 조달한 256억달러는 종전 IPO 최고 기록인 지난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환산하면 1조7,000억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가 기업인 애플(1조1,800억달러)마저 뛰어넘었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 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한 아람코 상장 계획은 그해 4월 탈석유 경제개혁인 ‘비전 2030’이 발표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아람코 지분 5%를 국내외 증시에 상장해 1,000억달러를 조달하려 했으나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에 머물고 지정학적 불안정성, 사우디 왕실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연루 의혹이 터지며 계획이 세 차례 연기됐다. 올 9월에는 예멘 후티 반군이 아람코 핵심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생산에 타격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아람코 상장이 철회될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는 해외 상장 계획을 접고 일단 국내 증시에만 상장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면서 사우디 우방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국가의 국부펀드에 IPO에 10억달러 이상 규모로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으로 IPO 흥행을 유도했다.
한편 사우디는 IPO 흥행의 선결 과제인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 결과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국 간 모임인 ‘OPEC+’는 내년 3월까지 감산량을 하루 120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람코 상장 흥행을 이끌어내면서 그가 추진하는 비전 2030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IPO 성공은 경제를 획기적으로 재정비하려는 그의 야심 찬 계획을 이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