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中 반도체 굴기, 美와 무역전쟁에도 이상 無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 中 SMIC

"ASML과 EUV 공급문제 정상화"

'성장속도 브레이크' 예상 뒤엎어

기술격차 좁힐땐 국내기업 위협




“ASML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는 완만히 회복됐습니다. SMIC의 EUV 공정 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8일 중국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조립) 5위 업체인 SMIC 측은 미중무역 분쟁이 불거지며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SMIC에 EUV 노광 장비 공급을 지연시키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문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현재 EUV에 관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선진 공정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연구개발(R&D)과 생산의 연계도 정상 궤도에 있으며 우리의 고객과 장비 공급 모두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SMI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에서 1위 TSMC(대만), 2위 삼성(한국), 3위 글로벌파운드리(미국), 4위 UMC(대만)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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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가 ASML과의 공급 문제가 정상화됐다고 밝히면서 격화하는 미중 무역분쟁에도 SMIC가 주도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당초 미중 무역분쟁으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이 독점판매하고 있는 EUV 공급을 늦춰 SMIC의 성장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연봉 3배’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대만과 한국의 EUV 관련 전문 인력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SMIC의 기술 추격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2위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기술력과 생산량 등에서 5년가량의 차이가 나지만 중국 정부가 나서서 SMIC를 전폭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 위협’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다. SMIC는 후발 주자임에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업계에서 단기간 내에 5위에 올라섰다. 아직 점유율은 4.4%에 불과하지만 지난 3·4분기 기준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중국 팹리스 업체로부터 받아 100%에 가까운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술력에서는 한국의 반도체 기술에 비해 5년가량 뒤처져 있다. 파운드리 상위업체인 삼성과 TSMC가 회로선폭 3·5㎚(나노미터) 제품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SMIC의 주력은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양산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SMIC는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4월 ASML에 7㎚ 이하 제품 개발에 필요한 EUV를 10억위안을 들여 주문했다.

하지만 SMIC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초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네덜란드 정부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SMIC에 EUV 장비 공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공급도 지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SMIC의 주가가 6% 이상 하락했을 정도로 시장의 실망이 컸다. 당장 실적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향후 기술 추격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한 탓이다. ASML은 공급 지연 논란이 불거지자 이례적으로 해명을 냈다. ASML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고객들을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에 수출 허가가 만료되기 전 신청을 마쳤다”고 해명했다. EUV 노광장비의 최대 구매처는 TSMC와 삼성이지만 ASML 입장에서는 향후 커질 시장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 눈치를 보는 것은 확실하다”며 “비록 ASML이 해명을 내놓았고 SMIC가 직접 EUV 장비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실제로 빠른 시간 내 공급이 이뤄질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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