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은 물론 ‘민식이법’ 등 각종 민생법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까지 처리해야 할 20대 마지막 정기 국회 본회의가 9일 문을 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야가 패스트트랙 법안을 두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더불어민주당 반대 기류 발생 가능성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변혁·가칭)’ 창당 본격화 등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 등 카드로 협상에 나섰으나 한국당의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이 ‘9일과 10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곳곳에 암초만 놓여 있어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당 새 원내대표 기류…강경이냐, 협상이냐=가장 큰 변수는 9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치러지는 한국당의 원내사령탑 교체다. 경선에 나선 후보는 강석호(3선)·유기준(4선)·김선동(재선)·심재철(5선) 의원 등 4명으로 일제히 ‘협상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강경·협상 등 내세우는 강도는 다르다. 후보 가운데 강석호·김선동 의원은 비교적 협상에 열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일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강 의원은 “반대와 투쟁이 야당의 특권일 수는 있지만, 야당의 진정한 무기는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협상이어야 한다”며 ‘실속형 협상가’를 내세웠다. 김 의원은 여야 5당이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협상 대표로 나선 바 있다. 이에 반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힌 유 의원은 다소 강경파로 꼽힌다. 심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맞서 싸우겠다”면서도 “대화냐, 싸울 것이냐, 협상할 것이냐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며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각 후보 사이 패스트트랙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 누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냐에 따라 패스트트랙 정국의 향배가 갈릴 수 있는 것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후보군 중에서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나 한국당을 뺀 여야 ‘4+1’ 협의체 논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들의 앞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등에 대한 계획을 듣고 경선이 치러지는 만큼 당의 앞으로 방향성도 어느 정도 함께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단일안 마련해도 내부 살펴야 하는 민주당=선거법 개정안 등 논의가 9일 재논의·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8일 실무회동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1 협의체는 9일 재논의를 거쳐 단일안을 확정해야 한다. 또 이는 같은 날 열리는 민주당 의총에서 다시 한번 논의 대상으로 오른다. 혹여 단일안을 확정하더라도 민주당은 의원들의 의중을 다시 한번 살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단일안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표도 앞으로 패스트트랙 국면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4+1 협의체 단일안이 완성되더라도 민주당은 내부 반대까지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한 선거제의 경우 의석수와도 연관이 있어 한국당의 반발은 물론 같은 편의 움직임까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자 노선 나선 변혁=변혁이 신당 출범을 공식화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변혁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공정·정의·개혁적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신당 출범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한지붕 두 가족’이라는 바른미래당 내 불편한 동거를 청산하기 위한 본격 수순에 접어든 셈이다. 변혁이 9~10일 대국민 공모를 통해 당명을 결정하고, 독자 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터라 본회의·임시회의 등 과정은 물론 표결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안현덕·구경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