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편리미엄...식품·외식에도 스며들었네

키오스크서 주문하고 로봇 서빙

BBQ, 편리미엄 매장 업계 첫선

봉지째 데울 수 있는 즉석스프

40초면 완성...HMR 더 간편해져

편의점도 배달서비스 빠르게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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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석촌동의 BBQ 헬리오시티점. 저녁이 되면 서빙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치킨집이지만 홀에 머무는 점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고객은 주문부터 서빙까지 점원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주문은 테이블 앞에 태블릿PC로 하거나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주문이 끝나면 사람 허리 높이의 서빙 로봇 ‘푸드봇’이 음식과 음료를 테이블까지 직접 갖다 준다. 푸드봇은 한번에 세 테이블까지 음식을 갖다 줄 수 있다. 주문부터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줄었다는 게 고객들의 평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에서 시작된 ‘편리미엄’이 이제는 식품·외식 분야에까지 들어왔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고품질(프리미엄) 합성어다. 특히 외식 매장과 가정간편식(HMR)에서 편리미엄 콘셉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다. 먹을거리도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인 셈이다.

BBQ는 ‘편리미엄’ 매장은 외식 미래형 매장을 보여준다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BBQ는 지난 6일 치킨 업계 최초로 ‘편리미엄’ 카페형 매장을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132㎡(40평) 규모의 직영점으로 오픈했다. 주문과 서빙을 로봇이 하고, 셀프 주문 역시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가능하다. 손님 식탁에 로봇이 치킨을 서빙해 주는 푸드봇, 자리에서 직접 태블릿으로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 오더, 셀프 주문시스템인 스마트 키오스크, 그랩앤고 등 각종 편리함과 디지털 기능을 도입했다.


이 매장을 찾은 고객은 모든 것을 비대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편리미엄을 치킨집에 구현한 형태라는 게 BBQ 측의 설명이다. 서빙 직원과 대화하는 데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어색함, 감정소모를 없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로 본점에 이은 BBQ 대표 매장이 될 것이란 게 BBQ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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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헬리오시티점에서 서빙 로봇인 푸드봇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BBQBBQ헬리오시티점에서 서빙 로봇인 푸드봇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BBQ


편리함이 무기인 가정간편식(HMR)조차 더 간편해져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HMR이 든 용기를 뜯는 것마저 귀찮게 생각하면서 업체들은 봉지째 데울 수 있는 ‘파우치’ 형태에 집중하고 있다. 스프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스프 시장은 분말을 끓여서 먹는 ‘조리 시장’은 매년 줄고, 즉석에서 물만 부을 수 있는 ‘즉석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조리형 스프 시장이 60.9%로 즉석형이 36.3%로 두 배 가까이 커졌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조리형은 52.1%로 준 반면 즉석형은 42.3%까지 성장했다. 이에 매일유업도 지난달 바로 뜯어서 먹을 수 있는 상온 스프를 출시했다. 물에 끊이는 조리과정마저 생략해 전자렌치에 40초면 양송이, 단호박, 클램차우더 등 갓 끊인 스프를 즐길 수 있어 벌써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끓이는 과정마저 생략한 파우치 형태의 HMR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죽은 출시 당시부터 용기가 아닌 파우치 형태를 선택했다. 출시 1년 만에 2,500만개가 팔리며 출시 1년 만에 죽 시장 1위를 넘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죽 전통명가 동원F&B역시 용기죽 형태에서 지난 7월 파우치죽을 출시, 간편함 시장에 올라탔다.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편리함의 대명사인 편의점 도시락마저 집 앞으로 찾아가는 배달 서비스가 인기다. 편의점에 가는 것조차 수고스러움으로 여겨진다는 점에 착안해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CU가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선보인 배달서비스는 8개월 만에 전국 2,000개 점포로 확대됐다. 주문 상품이 1만 원 이상이면 3,000원에 배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주문자로부터 반경 1.5㎞ 이내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재고까지 앉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구매 단가도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10% 상승했고, 배달서비스 전체 매출도 약 20% 가량 증가했다.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의 경우 평균보다 25~40% 배달서비스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 역시 ‘편리미엄’을 지향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보여준다.

외식·식품의 편리미엄 트렌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MR은 봉지째, 편의점은 집 앞으로’와 같이 극단적인 편리함만이 불황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조차 뜯고 끊이는 과정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번거롭다고 인식하고 있어 편리미엄은 부문을 가리지 않고 더욱 진화할 것”이라며 “소비자는 편리함을 위해 불황에도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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