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끝난 3년간의 중국 베이징 특파원 생활 가운데 아쉬운 것을 꼽으라면 신장 위구르, 시짱(티베트) 자치구를 가보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짧지 않은 특파원 임기 동안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 어느 곳이든 취재나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신장 위구르와 시짱은 예외적인 곳이다. 두 곳 모두 서방 특파원에게는 금단의 땅으로 통한다.
중국 주요 도시에 주재하는 서방 기자들은 애당초 신장 위구르와 시짱에 대한 독립적인 취재를 엄두도 못 낸다. 특파원들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신장과 시짱으로 이동하는 비행기의 탑승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도는데,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으니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3년간의 베이징 주재 기간 동안 해당 지역 정부나 중국 외교부가 초청한 행사를 제외하고 취재를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다는 특파원들을 본 적은 없다. 이들 지역 취재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계심을 익히 아는 특파원들은 취재신청 자체를 꺼린다. 매년 신청하는 비자 갱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기사 보도 이후 노골적인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한 탓이다.
특파원뿐 아니라 현지 교민과 주재원들도 신장과 시짱은 부담이 큰 지역이다. 친했던 한 베이징 교민이 몇 년 전 신장 위구르에 부인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했던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신장 자치구 경계의 한 검문소에서 공안이 방문 목적과 신원 확인 절차를 반복하는 바람에 5시간 넘게 발이 묶였고, 그 탓에 여행 일정이 완전히 어그러졌다는 악몽 같은 경험담이 이어졌다. 중국인 부인과 동행한 여행이었지만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는 신장 위구르 여행 내내 공안 당국의 엄청난 압박을 받아야 했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이달 초 미국 하원이 ‘위구르 인권법’을 통과시키자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득달같이 일어났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중국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했고, “강렬한 분개와 반대를 표한다”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실제로 중국의 반격은 곧바로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취재 기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3년 안에 정부 기관에서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퇴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는데, 홍콩과 위구르 인권법에 대한 시진핑 지도부의 노골적인 반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벌떼 공격도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신장 위구르 인권 법안은 완전히 엉터리”라며 분개했고, 신장이슬람협회는 미국 의원들이 신장을 알기나 하고, 가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위구르 인권법이 반테러 조치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교묘한 보복 조치와 압박으로 신장과 티베트 취재를 방해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는 중국 관영 매체가 이런 낯 두꺼운 비평을 쏟아내는 것에 고개를 내젓지 않을 수 없다.
60년째 고향 티베트를 떠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라마 14세는 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권력이 총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총이 더 강력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진실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홍콩 경찰은 비무장한 시위자에게 총격을 가해 치명상을 입혔는데, 이는 총에서 힘이 나온다는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중국 지도부의 강경한 태도가 신장과 티베트·홍콩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중국식 민주주의이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이건 그 어떤 이름으로 치장한다 해도 폭력과 인권 탄압은 합리화될 수 없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의 오류를 중국 지도부가 또다시 반복한다면 역사는 시진핑의 이름에 수치스러운 수식어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임은 중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