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의 요건을 경영상 사유로 확대하는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에 대해 양대 노총이 헌법소원·행정소송 등을 하겠다며 반발했다. 보완대책의 직접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인가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연장근로에 대한 노사합의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주 최장 102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사업장도 있어 사실상 ‘무한노동인가’”라며 “정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특별연장근로 인가) 입법예고 즉시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준비 절차에 돌입할 것이며 규칙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개별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또한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다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에 대해 집행정지 및 취소 소송, 헌법소원을 동시에 제기하겠다고 발표해 양대 노총이 ‘법적 대응’에 공조하는 모양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 행동에 대한 법·도덕·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노동·반헌법 발상을 실행에 옮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퇴진하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현실적인 행정 대안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확대에 대해 중기중앙회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자발적 노사합의가 사실상 인가의 충족요건이 될 수 있도록 행정요건·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 특성상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인가가 다르게 날 가능성이 있어 노사합의가 있다면 연장근로 인가를 주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사이에서는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다만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불참, 민주노총은 파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 김주영 위원장은 “회원 조합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후 전반적으로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까지 ‘사회적 대화 재검토’를 발표하려 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직무급제 개혁 등을 다루는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절차에 돌입한 상황에서 차기 위원장에게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노총도 ‘실리파’로 불리는 이상수 위원장이 현대차 노조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등 내부 변화에 파업을 선택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할 ‘정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대규모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재현·이상훈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