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치 얘기를 꺼낸 것은 외골수로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무려 30% 가까이 올리고 주 52시간제도 융통성 없이 강행해 자영업자 몰락과 소득 양극화 악화, 고용참사를 초래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과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고 잡셰어링은커녕 인력을 대체하는 기계도입이 늘었다. 비정규직은 임금근로자의 36%로 그 비중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혁신성장을 한다면서도 신사업은 기득권 보호한다며 발목잡기 일쑤다. 공정경제를 내세워 연기금이 기업의 경영권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는 연금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탈원전·부동산정책·4대보험 등 곳곳에 부실을 쌓아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경제가 1954년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며 최악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관했다. 블룸버그도 “한류의 나라가 혁신은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전반의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가 3·4분기에 -1.6%로 20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처럼 우리도 장기 저성장의 디플레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굽히지 않고 있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요약해보면 시장을 무시한 친노동 퍼주기다. 양극화 해소를 시도한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이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소용돌이치는 부동산시장도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규제로만 풀려고 하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의 효율을 무시하고 사회주의와 포퓰리즘에 기대다 거덜 난 소련·동유럽·남미·남유럽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복지란 한번 풀면 다시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펑펑 써도 괜찮을 정도로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3·4분기에 0.88명으로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 미만이 확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로 2050년대쯤에는 노인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등 서유럽은 30%대에서 안정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2017년 감소세로 돌아선 생산인구는 갈수록 준다. 이에 따라 미래세대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부담금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젊은이들이 출산 포기는 물론 이런 부담을 피해 한국을 떠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친노동 일변도 정책을 멈추고 그동안 실시한 복지정책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문경지치의 교훈처럼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내려 기업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야 국고도 쌓이고 통일시대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