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투자금 깎인 무신사...플랫폼시장 조정 오나

글로벌VC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2,000억 투자계획 1,900억으로

기업가치도 20억弗서 19억弗로

소프트뱅크의 우버 투자 실패 등

플랫폼 스타트업 우려 반영된듯




새로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한 남성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가 기대보다 낮은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워크나 우버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에 투자했다 막대한 손실을 낸 소프트뱅크처럼 국내서도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과열 분위기가 조정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인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와 1,9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안건을 승인했다. 무신사는 당초 2,0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1,900억원으로 줄었다. 세쿼이아캐피탈은 무신사 신주와 구주에 각각 900억원과 1,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도 20억달러(약 2조3,700억원)에서 19억달러(약 2조2,500억원)로 1억 달러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지난해 대비 올해 두 배 가량 성장하며 유니콘 중에서도 성장성과 이익규모가 가장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투자금액(2,000억원)을 전액 유치하지 못한 것은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금액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최종 산정된 기업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목표 투자유치 금액을 맞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신사를 포함한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조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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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공유오피스 플랫폼인 위워크와 차량호출 플랫폼인 우버에 투자했다 실패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기반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위워크의 가치를 470억달러(57조원)으로 산정했지만 최근 100억달러(12조원)까지 급락했다. 소프트뱅크는 또 반려견 산책대행 업체 왜그랩스(Wag Labs) 보유 지분 절반을 왜그랩스에 되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도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가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유치를 추진해 왔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주주들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플랫폼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단기간에 시장을 잠식할 것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투자자금이 묻지마식으로 대거 몰리면서 기업가치 버블 논란까지 나오다 정상화되고 있는 단계라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수익 스토리를 만들기 쉬운 플랫폼 스타트업보다 시스템반도체나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과 관련된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시중자금이나 VC들의 관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성공사례가 많고 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생기는 경향으로 분석된다”며 “기술 스타트업이 국내외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다지는 노력이 있어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이수민 기자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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