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제32회 ‘한국방송작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방송작가상’은 사단법인 한국방송작가협회가 방송문화의 질적 향상과 방송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매년 그해 방송된 TV 및 라디오의 모든 프로그램 중 순수 창작물을 대상으로, 드라마, 교양, 예능, 라디오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이는 동료 작가들이 주는 방송작가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상이기도 하다.
정현민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SBS 특별기획드라마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이자, 민중저항사의 관점으로 당대의 시대상을 조명한 작품이다. 혁명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이복형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민초들과 무명전사들, 무능한 기득권 세력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이 써 내려가는 애증과 영욕의 삶을 그려내며 ‘명품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어떠한 기교나 장치 없이 묵직한 뚝심으로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지려는 작가의 진정성이 더해져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정현민 작가는 “연말에 ‘녹두꽃’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정말로 분에 넘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녹두꽃’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길’에 관한 이야기였다. 길, 그리고 길 앞에 놓여있는 경계,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인생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인생의 성적표는 오르막이 아니고 내리막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제가 지금 올라가는 길이 이 다음에는 내리막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 주신 상을 발판 삼아서 열심히 올라가겠다. 쓰임이 다할 때까지 열심히 쓰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 뜨거웠던 갑오년. 사람이 하늘이 되는 세상을 향해 달려갔던 위대한 백성들. 역사는 그들을 무명전사라 부르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안다. 녹두꽃, 그들이 있어 우리가 있다”라는 마지막 회의 마지막 대사처럼 125년 전 이 땅을 지킨 민초들의 우렁찬 함성과 열망, 그리고 뜨거운 저항 정신이 담겨 있어 더욱 뭉클했던 드라마 ‘녹두꽃’. 종영 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와 네티즌 사이에서 꾸준한 화제성을 보여주며 여전히 시청자들 마음 한 켠에 깊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며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현민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