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앞 무기한 농성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큰 역할을 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두 달 만에 열며 거리로 나가기 직전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의 불법적인 지정을 부각하는 투쟁만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어 한국당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한국당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선거법·공수처·검경수사권) 저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도 조를 나눠 황 대표와 릴레이 농성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목숨을 건 투쟁’ ‘나를 밟고 가라’는 현수막을 걸고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모인 ‘4+1 협의체’가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에 대한 이견 조율을 거의 마치고 본회의 상정이 코앞에 왔다는 점이다. 4+1 협의체는 이르면 13일 상정 후 오는 16일 강행처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4+1 협의체의 의석수가 160석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당은 막지 못한다.
협상장으로 나서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앉아서 당하느니 협상장에 가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 연동률에 대해 한국당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한국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법안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의 불법 사임과 보임을 통해 지정돼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투쟁해왔다. 협상장에 바로 나서기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당내에서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사태 후 두 달여 만에 열리는 대규모 장외집회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보수층의 결집과 요구를 발판으로 협상장에 복귀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장외집회가 조국 사태처럼 흥행하지 못하면 동력이 오히려 떨어질 위험도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달 9~11일 여론조사(tbs의뢰)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1%포인트 떨어진 29.3%로 2주째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0.9%포인트 오른 40.9%로 격차를 더 벌렸다. 한 중진의원은 “패스트트랙 전략 자체가 애초부터 꼬인 것”이라며 “협상장에 들어가도 4+1 협의체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흥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