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하철 6호선 증산역과 인접한 서울 은평구의 증산4 재개발구역이 정비구역 지정에서 해제됐다. 이른바 일몰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사업의 각 단계별로 정해진 기간 안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산 4구역은 201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2년 안에 조합설립 동의율 75%를 채우지 못하면서 결국 첫 일몰제 적용 사례로 남게 됐다.
내년 3월이 되면 약 38곳에 이르는 서울 시내 정비구역들이 증산4구역과 같은 운명을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2012년 1월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은 2016년 3월2일부터 4년을 기한으로 두고 있는데 해당 시점이 바로 내년 3월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수행한 연구진들은 현재 재건축 23곳, 재개발 14곳, 시장 정비 1곳 등 총 38곳을 내년 3월 일몰제 대상 구역으로 파악했다.
이 구역은 각각 30%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어 연장신청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서울시가 일몰 연장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증산 4구역의 경우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32%를 얻어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야 했다. 대법원은 해제기한 연장 여부 결정은 시의 재량이라고 판결했다. 시는 일몰 연장을 신청한 세운지구 2구역에 대해서도 구역해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비구역 일몰제와 노포 보존 문제로 개발사업이 1년 가까이 멈춰선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역시 서울시는 세운지구를 정비구역에서 전면 해제하고 도시재생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세운지구를 비롯한 여러 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경우 공급부족은 물론 제반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난개발도 그중 하나다. 서울연구원 등은 해제지역 중 20년이 경과된 건축물이 60%를 넘어서는 곳이 87.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했다. 토지주가 개별적으로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신축을 진행할 경우 사정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한 예로 뉴타운에서 해지된 신길 6구역은 다세대 등이 난립하면서 주변 환경만 더 악화되고 있다. 반면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5·7구역은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재웅 시의회 의원은 “도시재생 정책이 좋은 취지가 있지만 정비사업으로만 풀 수 있는 장점도 분명하다”며 “정비구역을 해제하던 시점과 지금의 주택환경 여건이 바뀐 만큼 도시재생 중심의 서울시 주택 정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