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의 프레지던츠컵 우승을 노린 인터내셔널팀이 ‘캡틴 타이거’의 미국 군단을 넘지 못했다.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은 15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12개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2승4무6패로 승점 4점을 보태는데 그쳐 최종 승점합계 14대16으로 미국팀에 패했다. 미국팀의 단장 겸 선수로 출전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승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인터내셔널팀 단장 어니 엘스(50·남아공)와 벌인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간의 지략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통산 27승 vs 156승, 미국 벽 높았다=유럽을 제외한 7개국 선수 12명으로 구성된 인터내셔널팀은 필사의 노력에도 21년 전 영광 재현에 실패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합작승수 27승-156승(우즈 82승 포함)이라는 전력의 열세 속에 셋째 날까지 팀 매치에서 승점 10대8로 앞서며 선전을 펼쳤지만 미국팀에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최종일 1대1 맞대결에서 미국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미국이 수확한 승점 8점은 1994년 대회 때 나온 싱글 매치 최다 승점 기록과 타이다.
미국팀은 1994년부터 2년 마다 열려 올해 13회째를 맞은 프레지던츠컵에서 역대 11승1무1패의 절대 우위를 지켰다. 1998년 호주 대회에서 한 번 졌을 뿐이고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무승부 이후 8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1인2역 완벽 소화한 우즈=선수 겸 역대 최연소 단장을 맡은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3전 3승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팀 승리에다 필 미컬슨(미국)의 26승을 넘어 대회 개인 최다승(27승1무15패) 기록까지 세워 겹경사를 누렸다. 자신을 단장 직권으로 선발하는 추천 선수로 뽑았던 우즈로서는 부담을 이겨내고 만점 활약을 해낸 셈이다. 이날도 팀 분위기를 위해 중요했던 싱글매치 첫 주자를 자청, 무서운 신예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에 시종 우위를 점하다 16번홀에서 긴 버디 퍼트로 3홀 차 승리를 따내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리더십도 돋보였다. 미국팀 부단장으로 참가한 프레드 커플스(60)는 “따뜻하게 변한 우즈의 인간성이 이번 대회에서 팀을 단합시켰다”고 평가했다. 대회 기간 생일을 맞은 리키 파울러를 위해 축하 노래를 제안하는가 하면 대회에 처음 출전한 5명의 신예도 세심하게 보살폈다. 우즈는 “팀원 모두가 함께 이룬 승리”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 뒤 “우리 선수들 덕분에 나는 놀라운 경력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PGA 투어 최다승 공동 1위, 메이저 승수 2위(15승)인 우즈는 지난 10월 일본에서 열린 2019-2020시즌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또 하나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내년 전망도 환하게 밝혔다.
◇신인왕 임성재 ‘눈부신 데뷔’=2018-2019시즌 PGA 투어 아시아 국적 최초 신인왕에 빛나는 임성재(21·CJ대한통운)는 첫 출전임에도 인터내셔널팀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싱글 매치에서는 미국팀의 강호 게리 우들랜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PGA 투어 통산 4승에 올해 US 오픈 챔피언인 세계 17위 우들랜드를 맞아 4홀 차 완승을 거뒀다. 2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임성재(세계 36위)는 1홀 차로 뒤지던 9번과 11번홀(이상 파4) 버디로 역전한 뒤 13번부터 15번까지 3개 홀을 연속으로 따내 3홀을 남기고 항복을 받아냈다. 인터내셔널팀 엘스 단장은 추천 선수로 발탁한 신예 임성재를 나흘 연속 출격시켰고 임성재는 3승1무1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믿음에 부응했다. 임성재와 호주의 신예 캐머런 스미스만이 이날 싱글 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임성재는 “경기 전에 연습할 때 샷 감각이 좋아서 퍼트에만 조금 집중을 하면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처음부터 미스 샷이 없었고 퍼트도 잘 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역시 처음 출전한 안병훈(28·CJ대한통운)은 1승2무2패의 전적을 남겼다. 제14회 프레지던츠컵은 2021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