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의 등장과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성장에 토종 화장품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더페이스샵, 미샤 등 로드숍 시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단일 화장품 브랜드는 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편집숍에 둥지를 틀고 있다.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편집숍 매장을 늘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오는 2020년 1월께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매장 개수가 500호점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는 소비자의 다양해진 수요에 맞춰 LG생활건강이 단일 화장품 매장인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 2016년 2월 말 광화문에 1호점을 개점한 지 약 4년 만의 돌파로 내수 침체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외부 환경과 치열해지는 화장품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네이처컬렉션으로의 매장 전환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고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의 취향을 아우르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좁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컬렉션에서는 더페이스샵, 비욘드, CNP차앤박 등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11개 화장품 브랜드와 해외 향수 브랜드를 판매한다. 단일 브랜드를 판매하는 화장품 로드숍의 시대가 저물고 더 많은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면서 LG생활건강 브랜드를 한 데 모은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 달 기준 네이처컬렉션의 매장은 484개다.
이 중 더페이스샵에서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 매장(직영·가맹점 포함)은 전체 매장 중 약 70%에 달한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더페이스샵 매장은계속해서 문을 닫고 네이처컬렉션으로 간판을 새롭게 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말 기준 1,138개에 달하던 더페이스샵 매장 수는 점차 줄어든 반면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되는 숫자는 2016년 말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인 미샤도 화장품 편집숍 ‘눙크’로 변신하고 있다. 눙크는 지난 5월 문을 연 이래 현재 전국 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눙크는 미샤, 어퓨 등 에이블씨엔씨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150여 개를 취급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앞으로도 눙크를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화장품업체가 ‘플랫폼 변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국내 화장품 시장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프랑스 명품 그룹 LVMH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강남에 문을 열고 최근에는 명동으로까지 입지를 넓혔다. 세포라는 그동안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독특한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위 ‘화장품 덕후’를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세포라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세포라’의 인기가 높다. 세포라는 오는 2022년까지 오프라인 매장 12개를 출점할 계획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젊은 신규 소비자를 창출하기 위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네이처컬렉션은 지난 11월 말 최근 ‘대세 캐릭터’로 자리 잡은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와 손을 잡았다. 펭수가 네이처컬렉션 신촌점 매장에 방문해 뷰티 컨설턴트 교육을 받고 주요 상품을 판매하는 일일 판매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담은 영상은 8일 만에 조회수 118만건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펭수의 인기에 힘입어 네이처컬렉션 매장의 베스트셀러 ‘fmgt 잉크래스팅 파운데이션’의 판매가 소폭 늘고 펭수의 핵심 팬층인 2030 세대의 매장 방문 역시 증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튜버와 협업하는 것도 최근 화장품업계의 마케팅 공식 중 하나다. 네이처리퍼블릭는 지난 8월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아랑을 통해 립스틱을 홍보하며 준비 물량을 완판하는 성과를 냈다. 네이처컬렉션도 매월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두콩, 윤쨔미, 강유미, 강형욱 등 다양한 유튜버를 초청해 자사 제품을 활용한 뷰티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