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시 이용자에게 피해보상을 제공하는 책임보험에 대학까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나서자 일선 대학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10년 넘게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더니 보험에 가입할 때는 영리기관임을 내세우며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최근 개인정보 손해배상책임보험의 가입을 두고 고민이 깊다. 전국대학IT관리자협의회 측은 “많은 대학이 보험 가입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라고 알고 있다”며 “내년 예산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고민하는 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국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가 손해 배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손해배상책임 보장제도’를 시행하면서다. 이 제도는 온라인을 통해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반드시 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준비금을 적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까지는 계도기간이지만 내년부터는 규정을 위반한 사업자에 당장 과태료가 최대 2,000만원 부과된다.
문제는 제도의 적용 대상에 대학까지 포함하면서 불거졌다. 제도 해설서에 따르면 업종에 상관없이 인터넷·모바일 상에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서비스 홍보, 수익활동 등을 하는 경우 영리 목적의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로 간주했다. 이 중 연 매출 5,000만원 이상에 3개월간 관리되는 개인정보 수가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일 경우 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한다. 대부분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학생에게 문자 알림, 평생교육원 등 수익활동을 하는 대학 역시 이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이라는 게 방통위 측 설명이다.
대학들은 이 같은 기준이 대학 사정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4년제 지방 사립대만 해도 재학생 2,000명에 개교 역사가 길면 졸업생이 10만명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대학과 개별 기업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11월에 이 소식을 듣고 정부에 문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답은 없는 상황”이라며 “한쪽에서는 교육기관이라며 등록금을 수년째 동결하고 다른 쪽에서는 영리 기관이라며 보험료를 내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적립금은 대학별로 보유한 개인정보와 재정 규모에 따라 다르나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주장에 방통위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시 국민이 입는 피해는 업종과 관계없이 똑같이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대학도 똑같이 법 적용을 받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