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5대 덫 빠진 '2020 한국' 기로에 서다

[대예측 격동의 2020]

소주성 고수땐 성장률 2%대 난망

현금복지에 국가부채 800조 눈앞

北, ICBM·핵실험 추가도발 가능성

미중 사이서 관세보복 불똥 우려

총선發 이념갈등 고조…레임덕올수도




앞으로 2주일 뒤면 맞게 되는 2020년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격동(激動)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깊이 추락할 것이냐 아니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냐, 프로스트의 시(詩)처럼 두 갈래 길에 서게 된다.

국내외에 도사리고 있는 불확실성과 돌발변수, 이른바 ‘테일리스크(tail risk·꼬리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밑동부터 흔들릴 수 있다. 내년에는 5개의 덫(trap)이 한국의 숨통을 더 조여올 수 있다. 저성장(low-growth)의 덫, 나랏빚(debt)의 덫, 4월 총선(election)의 덫, 장밋빛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덫, 그리고 미중 불확실성(uncertainty)의 덫이 다층적으로 엄습할 수 있다.

서울경제가 ‘대예측 격동의 2020’을 주제로 경제·정치·외교안보·사회·국제 등 5개 분야로 나눠 내년을 전망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한 것은 이처럼 시대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0% 초반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대에 머물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첩첩산중 형국이다. 1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은 기저효과 덕에 내년 1·4분기에 반등의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합악재에 노출될 수 있다. 서경 펠로(자문단)인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 수 있다. 다층위기가 한꺼번에 올 수 있다”며 “정책 실패로 판명된 ‘소득주도 성장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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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퍼주기식 현금복지 정책을 쏟아낼 것이 뻔하다. 올해 700조원인 국가채무는 한해에만 100조원이 늘어나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비율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서게 된다. 청년들과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퍼주기 복지 잔치가 아니라 일하는 복지로 돌아서야 한다.

미중 통상전쟁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다. 가까스로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룬 미국과 중국이 경제패권 전쟁을 확전하면 이들 국가에 수출의 50% 이상을 의지하는 한국 경제는 또다시 바람 빠진 풍선 신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야망이 정면 충돌하면서 한국이 방향감각을 잃고 양국으로부터 관세보복과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펀치를 맞을 수도 있다.

내년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북한 비핵화 여부다. 생(生)과 사(死)의 문제다. 경제난에 내몰린 북한이 미국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북한이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동을 자행할 수도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이념과 세대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진영논리에 빠진 여당과 야당은 통합보다 분열을 조장하는 선거구호를 외치며 민심을 두 동강 낼 위험이 있다. 정파 싸움에 서비스와 경제활성화 법안, 규제완화 법안 등이 또다시 표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청와대의 권력 누수다.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이 선전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떨어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차기 대권잠룡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청와대와 거리를 두는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 당청이 반대세력을 보듬으면서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고 정책 추진력을 높여나갈지가 관건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내년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예단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오작동 시스템과 정책 콘텐츠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지난 6월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지난 6월3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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