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LCC發 구조조정 시작되나

이스타홀딩스 등 지분 51.2%

규모의 경제로 시장지배력 강화

중복노선 조정 등 정리 나설 듯

대한항공·아시아나 이어 3위로

1915A13 이스타수정



애경그룹의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한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에 나서 시장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과열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LCC 업계에 본격적인 사업재편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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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51.2%를 약 695억원에 인수한다.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전 회장의 자녀가 보유한 회사다. 제주항공은 연내 이스타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으로 인수 후에는 이스타홀딩스와 공동경영할 방침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전환사채 20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제주항공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후 합병이나 브랜드 통합 등의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실사를 마친 후에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장점유율 확대 및 시장주도권 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보잉737 45대를, 이스타항공은 보잉737 23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기단을 합하면 68대로 대한항공(183대), 아시아나항공(86대)에 이어 항공업계 3위로 올라선다. 회사측은 단일기종 확대로 인력·장비·부품 운영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그 동안 경쟁적으로 늘려왔던 노선도 조정할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안전운항체계 확립과 고객만족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약 1조원 가량 금액을 더 써 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매각을 먼저 제안했으며, 실적 악화로 고전하던 이스타항공도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LCC 업계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LCC들은 사업 초기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지만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침체에 빠져있다. 현재 국내 LCC는 총 9곳으로 한국 보다 땅이 훨씬 큰 미국(9곳)·중국(6곳)·일본(8곳)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스타항공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전성기를 구가하다 경쟁심화로 최근 수년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 2015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난을 해소하려고 했지만 시장의 기대가 낮아 결국 상장에 실패했다. 이후 자금조달을 위해 잇단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업 가치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실적이 더욱 악화됐고, 이스타항공이 보유 중인 보잉 ‘737맥스’ 두 대가 최근 안전상의 이유로 운항이 중단되면서 영업적자가 심화돼 결국 매각된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업계에서는 여러 회사들의 인수합병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딜을 계기로 매각과 구조조정 등 업계 재편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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